자원봉사는 자원해서 봉사를 하는 것입니다. 말이 좀 웃기긴 하지만 정확한 표현입니다. 조금 바꾸어 표현하자면 스스로 활동하겠다는 약속이며, 대상자를 섬기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중,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학점을 이수하기 위한 자원봉사활동이 있어 '자원'의 의미가 조금 퇴색되었지만 그래도 그중에 진심 어린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봉사'에 대한 정신을 생각하고 활동하는 이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복지관에서 연초에 업무분장을 하면서 자원봉사 관리가 저에게 맡겨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음... 자원봉사를 어떻게 관리하라는 건지 처음에는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자원봉사를 원하는 팀과 활동하겠다는 신청자를 매칭해 주었습니다. 그야말로 양쪽의 욕구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예를 들어 직업재활팀에서 환경미화를 위해 봉사자 두 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마침 자원봉사 신청이 접수되면 직업재활팀으로 안내하는 식이었습니다. 이후 자원봉사 활동을 마치고 나서는 일지를 제대로 썼는지 확인하면 끝이었습니다.
이런 매칭이 반복되면서 기계적으로 작대기를 이어주는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구심이 일었습니다. 복지관에서 원하는 자원봉사자의 활동은 꼭 필요한 것인지, 또 자원봉사를 실행하는 봉사자들의 보람은 제대로 챙겨지고 있는지 따져보게 되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재방문율이 그리 높지 않은 걸로 봐서는 그분들의 욕구가 보람으로 연결되고 있지 못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뭔가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기관 소식지에 자원봉사자를 위한 지면을 할애했고, 연말에 자원봉사자 시상식도 가졌습니다. 하지만 그건 너무 형식적이었고 그나마도 종교 단체나 기관 봉사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개인 봉사자들을 챙길 수 있는 세심한 체계가 필요했습니다. 그들에게 활동에 대한 보람과 함께 소속감까지 심어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아! 그들을 묶어 줄 단체를 만들면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마침 여름이었고, 방학을 맞이하여 청소년들의 자원봉사 신청이 밀려드는 시기였습니다. 그야말로 딱 좋은 기회였습니다. 자원봉사자 사전 교육을 하기로 했습니다. 장애인복지관이었으므로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그 과정에는 자원봉사자가 가지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인지 관장님의 인사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기관 라운딩을 하며 각자 활동을 원하는 팀과 자원봉사를 하는 목적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며, 조그맣더라도 담당을 정해주었습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한 결과를 나눌 수 있는 평가회도 빼먹지 않았고요.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개학할 무렵 그들은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이 모임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드디어 조직을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름도 믿음직스러운 '안산어깨'로 말이죠. 저는 이들을 위해 예산을 배정받았습니다. 그만큼 여름 방학 동안의 자원봉사 활동이 눈에 띄기도 했고, 앞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정기적인 프로그램이 생긴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안산어깨' 덕분에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었고, 그 프로그램 덕분에 '안산어깨'가 복지관의 자조모임으로 활성화될 수 있었습니다. 기관과 활동가 모두에게 득이 되는 이른바 윈윈효과였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안산어깨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들도 그들끼리 끈끈한 관계를 계속 이어갔을 겁니다. 서로에게 좋은 영향도 많이 주고받았을 테니까요. 담당자인 제가 복지관을 퇴사했는데도 그들은 만남을 지속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느 날 안산어깨 중 한 명이 특수교사가 되었다며 인사차 연락이 왔었거든요. 복지관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미래를 결심할 수 있었다면서 고마움을 전해왔습니다. 저는 오히려 내가 더 고맙다고 인사했습니다.
사회복지는 이런 것이 아닐까요? 특별히 장애인이라서 배려받고 자원봉사자라서 배려하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끼리 주고받을 수 있는 마음 말입니다. 너와 나 사이에 주고받을 수 있는 모든 것이 사회복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길을 터주는 사람이 사회복지사이고요. 순간 내가 사회복지사라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두 배로 사'라는 제목은 저의 딸아이가 의사, 변호사, 판사가 좋은 직업이라면 사회복지사는 '사'가 두 번이나 들어가므로 두 배는 더 좋은 직업이라고 하면서 사회복지사 엄마에게 지어준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