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칼라책방 Jul 23. 2023

장애 + 인식 + 개선

장애인복지관에서 하는 사업 중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장애인식개선 사업입니다. 새내기 사회복지사였을 때는 사업계획서를 쓰면서도 사업결과보고서를 마무리하면서도 장애인식개선사업을 왜 하는지 효과적인지 효율적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습니다. 짜인 틀에서 계획과 실행과 평가를 하는 영혼 없는 업무수행과 같았으니까요.


얼마 전 인터넷에서 저상버스 요금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저상버스란 차체가 낮고 승하차용 리프트가 있어서 휠체어나 유모차가 타고 내리기에 적합한 버스입니다. 제가 읽었던 글의 내용은 리프트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버스 요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저는 기사를 잘못 일은 줄 알고 다시 처음으로 올라가 찬찬히 읽어내려 왔습니다. 


그 주장을 요약하자면 휠체어 장애인이 리프트를 이용하는 동안 버스에 타고 있는 승객들의 시간을 사용하는 것과 같으므로 그 시간을 보상하기 위해 또는 형평성 차원에서 휠체어 장애인이 버스 요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빠르게 올라타고 내릴수록 버스 요금을 할인받아야 한다는 걸까요? 그럴 수 없는 사람들, 다시 말해 두 다리로 타고 내리지 않는 경우는 대중교통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말 같았습니다. 대중교통은 그야말로 대중들을 위한 것입니다. 몸이 불편해도 버스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지요. 내가 내는 요금에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두 다리로 저벅저벅 걸어 올라탈 수 있을지 몰라도 언젠가 지팡이와 함께 버스를 타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 기사에서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느끼며 참 씁쓸했습니다. 그 리프트는 모두를 위한 기능입니다. 누군가는 사용할 수도 또 다른 누군가는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사람은 사용하겠지요.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럴 수 있을 수도 또는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런 인식은 저절로 생기기도 하지만 보통은 경험을 통해 습득됩니다. 당사자의 직접 경험을 통해 또는 교육이나 캠페인에서 진행되는 간접 경험으로도 충분히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런 앎의 과정을 제공하기 위해 했던 것 중 하나가 장애인식개선사업이었으며 제가 했던 프로그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동사무소 통장회의였습니다.


동사무소에서는 해당 동의 통장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현안을 논의하고 공유하는 일정이 있습니다. 특히나 통장 업무의 특성상 기관과 주민 사이에서 그 둘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주다 보니 복지서비스 대상자와 접촉하는 일도 비교적 잦습니다. 이분들의 인식을 개선해야겠다는 목표의식은 없었습니다. 다만 장애를 몰라서 못 하는 것과 알면서 외면하는 상황은 무척 다르다고 판단했기에 장애에 대해 알려드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장애는 90% 이상이 후천적으로 발생하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장애인이 될 확률이 더 크며, 장애의 종류와 특성만 알아도 웬만한 상황에서는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다양한 전문 기관이 있으므로 장애인복지관으로 연락 주시면 우리가 출동하겠노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시간 남짓한 교육에 통장님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앞에 있는 간식을 드시기도 하면서 장애에 대해 알아갔습니다.


마지막으로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며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마무리하려는데 한 분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저에게 임신 몇 개월이냐고 하시면서 그 몸을 하고 장애인 상대하기 힘들지 않냐는 것이었죠. 그때 저는 임신 7개월로 배가 꽤 불러 있었습니다. 


교육장에 모인 통장님들의 시선이 일제히 제 배에 꽂히면서 긴가민가 했는데 살찐 게 아니라 임신이었냐고 하는 분도 계셨고, 복지관에는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어 사무직이지 않겠냐고 짐작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왁자지껄하게 임신과 출산과 육아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터져 나오면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순식간에 장애를 뛰어넘어 어느 집 누구는 다리가 불편하다더라, 누구는 눈이 잘 안 보인다더라, 누구 남편은 수술을 했는데 어쨌다더라... 하면서 '서로 배려하고 배려받으며 사는 게 진짜' 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지요. 혼자서는 살 수 없으니 같이 살려면 돌아보고 손 내밀고 잡고 일어서는 게 당연한 것입니다. 그날은 인식을 개선하러 갔다가 오히려 내가 개선되어서 왔던 날이었습니다. 




'두 배로 사'라는 제목은 저의 딸아이가 의사, 변호사, 판사가 좋은 직업이라면 회복지는 '사'가 두 번이나 들어가므로 두 배는 더 좋은 직업이라고 하면서 사회복지사 엄마에게 지어준 이름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