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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봄 Oct 10. 2024

[죽이고 싶은 아이]는 누구 잘못?

여행 1일차 -4.@피맛골, 양양행 고속도로

서울이 이렇게 생각할 거리와 느낄 거리가 

넘쳐나는 곳일 줄이야... 


"또또야, 무슨 뜻인 거 같아?"


"좋은 사람이 책을 쓰면, 

사람들이 그 책을 보고 좋은 사람이 된다?" 


"그렇지. 또또는 똑똑한 사람이라고 안 하고, 

좋은 사람이 책을 쓴다 그러네?"


"똑똑한 사람이 책을 쓰면 피곤해. ㅋㅋ 어려워"


"맞아, 동감. 아빠는 '좋은' 사람도 맞지만, 

'내용 있는' 사람 같아. 내용있게 사는 사람.

암튼, 그럼 사람이 먼저야? 책이 먼저야?"

 

"닭이 먼저야, 계란이 먼저야 같은 거야?" 


"ㅎㅎㅎ 그렇네."


"아빠, 아빠도 글 쓸 거라며? 

또또는 아빠의 글이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어.

보고 싶어."


허걱! 의외의 답. 이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답은 중요치 않고, 생각해보기만 해도 된다지만, 

이번 답은 아빠인 내게 느낌이 가득한 답이었다. 

또또는 아빠가 인생 이모작으로 글도 써보겠다는 

것을 기억하고, 아빠의 책을 보고싶어 하다니...   

그래, 또또에게는 아빠의 책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그 어떤 책이나 내용보다 더 큰 의미가 있을 수도.. 

아... 아빠가 노력해 볼게... 


"음... 그래, 그래... 이제 점심 먹으러 갈까?"


교보문고 밖으로 나서는 길, 

아빠는 종로에서 알려주고 싶은 것이 또 있다.

점점 더 설명충이 되어간다. 마치 내일 죽는데, 

그전에 내가 아는 비밀을 다 전해주겠다는 듯이. 

게다가 또또는 예전 국내여행을 자주 다녔는데도 

다녀온 곳의 지명도, 다녀왔는지도 잘 기억을 못 했다. 

다음부터는 꼭 기억해야 된다고 해왔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는 확실히 기억시키겠다는 

각오까지 나의 말속에 깊숙이 배어 있었다.  


"오~ 여기가 많이 바뀌었네. 

엄마가 어제 말하던 데가 여기야, 피맛골. 

왜 피맛골이게?"

 

"몰라."

 

"여기 광화문이 궁이면, 누가 많이 왔다 갔다 했겠어?"

 

"귀족?"

 

"ㅎㅎ 귀족. 그렇지, 서양에선 귀족. 

근데 우리나라는 조선이니까 왕과 양반들이지. 

그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니까 평민들이 어떻게 해? 

계속 인사를 해야 되잖아. 얼마나 귀찮아? 

그래서 '야, 저기 뒷길로 가자', 그래서 앞에 큰길이 

있어도 그 뒷길로 다녔거든. 

그래서 피한다, 마차를…그래서 피맛골이야."

 

"ㅎㅎㅎ 그래서 피맛골이야? ㅋㅋㅋ"

@ 종로 피맛골 (자체 촬영)

바라본 '피맛골' 현판은 크고 거창했지만, 

느낌은 예전 피맛골이 내게는 훨씬 정겨웠다. 

특히 자리 앉자마자 주문도 하지 않았는데, 

툭 떨어지던 '고갈비' 접시와 막걸리 생각이 났다. 


찾아간 곳은 대여섯평 남짓한 공간에 테이블은 모두 

창밖을 내다보는 자리. 딸과 나란히 창을 보고 앉았다. 

아쉽게도, 이 집은 딸에게 맛집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다만 이 집의 뷰는 딸에게 인상적이었다. 

석조건물 사이로 수많은 비즈니스맨들이 바쁘게 다니고,  

마치 외국 청춘영화 속 젊은이 같은 느낌도 있었고, 

딸 또또가 나중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아빠, 외국 같아, 여기서 보니까."

 

"그렇지? 런던이나 뉴욕 같은 외국 대도시에서 

바쁘게 알바하는 대학생들이 끼니 때우는 거 같다. 그지?"


"그래? 거기서 알바를 해?"


"유학 가면 외국이라 돈도 많이 들텐데, 

학생이니까 돈이 없잖아. 그래서 알바도 해야지. 

그러니까 식당, 주차장, 햄버거집 이런 데서 일 하고, 

허겁저겁 샌드위치 먹으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공부도 하고, 노래도 하고, 발레도 배우고 뭐 그런...

영화에서 못 봤어? 청춘 영화 같은 데서?.."

 

"몰라, 그런 거 ㅋㅋㅋ 

아빠, 근데 내가 예전에 베라(베스킨라빈스) 알바하고 

싶다 그랬잖아. 근데 아빠가 보내준 그 사진 보고 

접었어. 키 작아서 아이스크림 통에 빨려 들어가려고 

하는 그 사진… 그거 알지? ㅋㅋㅋㅋㅋㅋ" 


김밥과 라면만으로도 훌륭한 점심 만찬이었다. 

여행이니까, 딸과 함께 먹으니까 당연한 느낌. 


이제 문상을 마친 엄마와의 조우. 


"자, 이제 고고!! 양양으로!' 


우리의 이번 여행지는 강원도 양양. 

저 멀리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은 동화책 같았다. 

보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이 아래 땅에서는 찌는듯한 

폭염과 습한 공기로 숨이 턱턱 막혔다. 

@ 양양 고속도로 (자체 촬영)

운전하는 내게 딸이 불쑥 물었다. 


"아빠, 또또가 지난번에 산 책 2권 읽고 있잖아, 

<죽이고 싶은 아이 2>. 

근데 여기 보면, 주인공이 죽었거든…

(이하 세부 줄거리는 스포의 위험이 있어서 생략함)


근데 아빠, 만약에 실수로 사람을 죽게 만들면, 

그래도 벌을 받아?"

 

"음… 아빠가 줄거리를 잘 모르고, 

알아도 또또가 다 읽은 게 아니어서 

뭐라고 답을 못해주겠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사람이 실수로라도 사람을 죽이면 벌을 받지. 

안 그러면 죽은 사람은 억울해서 어떻게 해? 


그런 경우가 있을 수는 있지. 

자기는 아주 정상적인 일을 정상적으로 했는데, 

그러니까 죽이려는 게 아니었는데, 그 일 때문에   

실수로 다른 사람이 죽게 되면, 큰 벌은 안 받지. 

잘못이지만, '유예'를 받을 순 있겠지."


"나 알아, 유예... 미뤄두는 거. 학교에서 배워"


"오~~ 벌써 그런 어려운 말도 배워? 좋네.. 

근데 또또 질문은 그거 말고 또 있지?"


"ㅇㅇ 사람들이 모르니까, 

실수로 죽였다고 말을 안 해서..."


"음... 자기 때문에 죽었는지 알아, 몰라?"


"아니,  알아. 그런데도 안 했다고 그래." 


"그럼, 이것도 또또가 한 번 생각해봐 봐. 

내가 실수를 했는데, 내가 안 했다고 했어. 

정말 아무도 몰라서 그게 입증이 안 되면 

그 친구는 무죄가 될 수 있어. 이게 1번, 


그런데 내가 자수하면 내 죄가 있으니까 벌을 받게 돼,

대신 솔직하게 인정했으니까 벌은 좀 작겠지? 이게 2번,

 

하지만 내가 안 했다고 막 우겼는데 그게 거짓말이라는

게 발견돼. 그럼 괘씸하니까 제일 큰 벌, 이게 3번.

 

1,2,3번 중에 또또라면 어떻게 할래?"

 

"음…." 


여행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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