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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봄 Oct 23. 2024

오션뷰? 시티뷰?... 당신의 선택은?

여행 3일차 -2 @ 양양 전통시장

워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직장 트렌드를 기사가 아닌

실제로 보는 반가움에 엄마아빠가 반색을 하자, 

가만히 듣고 있던 또또가 반기를 들고 싶었나 보다. 


"엄빠, 엄빠는 그게 좋아? 

엄마, 그게 진짜 좋아? 

아빠, 회사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 


회사 가서 일도 하다가, 이제는 모여서 

여기까지 와서 회의도 하고 밤에도 같이 있고…

그런 거잖아. 그게 뭐가 좋아? 

회사 가서 늦게 들어오는 것도 모자라? 

그래서 아빠는 회사를 다시 가면 안 돼!"


"ㅎㅎㅎㅎ, 맞네."


또또의 한 마디에 와이프와 함께 웃었지만, 

살짝 머리를 쿵~!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큰 일은 아니지만, 생각지 못한 대목에서

생각지 못한 것을 접하면 나오는 느낌. 


또또의 말이 일리가 너무 있다, 

워케이션의 장점은 완전히 내 해석이지, 

딸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얘기였다.  

말이 워케이션이지, 잘못 해석하면 합숙이다.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일을 다르게 해서 

업무 효과와 창의성을 동시에 노리는, 

직장 생산성과 직원 복지를 동시에 노리는, 

워케이션은 분명 일하는 사람의 입장이다. 


또또의 입장에서 이건 합숙이다. 일의 연장이다. 

엄마아빠가 회사 사람들하고 일만 할 뿐 아니라,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하루 아닌 며칠 만에 오는 것.

그러니, 워케이션은 가족의 입장에서는 합숙이다. 


워케이션에 대해 생각지도 못했던 또또의 관점에 

새로운 발견을 하며, 양양 전통시장으로 향했다. 

@ 양양 전통시장 (자체 촬영)

전통시장을 둘러보며, 점심메뉴를 골라보기로 했다. 

여행 첫날부터 나는 "여기 송이 닭강정이 맛있대~"를

연발하고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이 정보를 접했을 때, 

양양 유명한 특산물인 '송이버섯'과 속초에서 유명한 

'닭강정' 조합이면 이번 여행 맞춤 메뉴 선택 같았다. 


송이 닭강정 박스를 들고 가는 행인에게 

"이 집 어디예요?" 물은 덕에 찾아간 송이 닭강정집.

오늘은 만들지는 않고 만든 걸 판매만 한다며, 

알바생 한 명만 심드렁하게 앉아있었다. 

가자마자 바로 하나 계산하며... 


"여기 송이 들었어요?"

 

"아니요, 그냥 이름이에요." 


"네? ㅎㅎㅎㅎ "


송이가 안 들어있단다. 아니 이럴 수가... 

아니 그걸 솔직하게 토로하듯 내뱉은 직원이라니….


우리 가족은 이게 너무 재미있었다. 

"송이 없는 송이 닭강정이라니…"

"아니 뭔 알바가 그렇게 대답을 한다냐?" 웃었다. 

송이를 넣었는데, 양이 조금 적다거나, 크기가 작다거나, 

혹은 양념에 조금 첨가가 되었다거나, 향을 냈다거나...

이래저래 둘러댈 법도 한데, 그런 말 하나 없이...


점심 메뉴는 양양의 유명 먹거리인 장칼국수로 정했다.


"또또야, 인터넷에서 본 건데, 

장칼국수는 옛날에 어부들이 바쁜 와중에 

끼니를 해결하려 먹던 음식이래. 

배가 흔들리니까 한 그릇에 칼국수에 

김치랑 양념 다 때려 넣고 만든 거 같아. 그지?"


장칼국수는 얼큰했다.

보통 칼국수에 해산물 등을 더 넣고, 

고추장을 풀어 양념을 해서 끓인 맛에 만족했다. 

매울까 싶어 칼국수를 시킨 또또도 연신 맛있어했다. 

양도 너무 푸짐해서 배가 불러도 너무 불렀다. 


여행 중에는 음식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강원도에 놀러 와 동네 장터 옆 식당에서 

그 고장, 오랜 옛날부터 먹던 음식을 함께 먹어보는 것, 

장칼국수 후루룩 말아먹는 가족 모습이 너무 정겨웠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Air B&B 카피만큼은 

아니어도, 그런 순간을 느낄 때 또 여행의 묘미가 있다. 


장칼국수를 먹으며 대화의 주제는 

또 ‘송이 없는 송이 닭강정’으로 향했다. 

또또는 그게 너무 재미있었나 보다. 

또또는 '광고하던 아빠가 광고에 속은 거'라며 웃고, 

와이프는 그 알바생이 오히려 안쓰럽다고 했다. 

난… 왠지 변명하게 되었다. 

여행 가서 뭘 추천했는데 동행인들의 만족도가 떨어지면 

왠지 내 책임인 거 같은 마음을 느낄 때가 있지 않은가. 


"아니, 또또야, 세상에 그런 게 많아. 

또또 지금 먹는 거, 칼국수에 칼 들었어? ㅋㅋㅋ"


"ㅎㅎㅎ 맞다 그런 이름 많아. 붕어빵."


"그래 맞아. 붕어 없는 붕어빵, 칼 없는 칼국수, 

송이 없는 송이닭강정. 또 뭐 있어, 또또야?"

 

"ㅎㅎㅎ 그거 말고, 지난번에 아빠가 해준 얘기 

웃겼는데… 외국인들이 무서워하는 음식, 그런 거…"


"아, 그거…"


"그게 뭐야?" 와이프가 물었다. 


"아, 자기 몰라? 인터넷 유머인데,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음식 이름 보고 

'세상에 이걸 먹어?" 하면서 기겁하는 게 있대. 

엄마손 파이… 으악! 엄마손으로 파이를? 이러면서…"


"에이… "

와이프는 그저 실소했지만, 또또는 또 재미있어했다.


"그중에 최고가 뭔지 알아?"


"장모님 뼈다귀 해장국집… ㅋㅋㅋㅋ"


"ㅎㅎㅎㅎ" 


세 가족의 웃는 얼굴 속에서 또또의 웃음소리가 

가장 명랑하고 또렷했다. 즐겁다, 이런 기분. 

항상 아재개그 좀 그만하라고 이야기하던 딸도 

이런 분위기에서는 영락없이 어린아이의 웃음소리를 

들려준다. 그 나이에 딱 어울리는 그 웃음이 가장 

자연스럽고, 아빠 입장에서 가장 안심되는 거 같다. 


만족스러운 점심 장칼국수를 먹고, 속초로 향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여기저기, 중간중간 들러가며...

@ 양양-속초간 해안도로 (자체 촬영)


"또또야 설악산 정상은 이름이 뭘까요?"

 

"몰라…"


"저기 봐봐. 뭐라고 쓰여있지?"

 

"아… 대청봉… "


"설악산은 대청봉! 그렇다면 한라산은?"

 

"한라봉? ㅋㅋㅋ"


"ㅋㅋㅋㅋ ㅎㅎㅎㅎㅎ "


또또의 유머에 또 한 번 차 안에 온 가족 웃음이 돌았다. 

그렇게 도착한 이번 여행 2번째 숙소, 이번엔 속초였다. 

오늘 아침 숙소를 즉흥적으로 예약을 했던 와이프는 

불안한 마음에 혼자 체크인을 하러 갔다. 


체크인을 다녀온 와이프. 표정이 약간 멍~했다. 

'아니 이게 뭐지?' 하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오빠, 오빠는 오션뷰가 좋아, 시티뷰가 좋아?"

 

"자기가 오션뷰 예약하지 않았어? 안 된대?"

 

"아니, 그게 아니고, 예약은 됐어. 키는 여기...

근데, 거기서 기다리다 뭔 이야기를 들었거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거 같아."

 

"왜? 뭐라 그러는데?"

 

"아니, 그냥 골라봐 봐. 

오빠가 지금 우리가 여기 방을 잡는다면 

오션뷰가 좋겠어, 시티뷰가 좋겠어?"

 

"오빠는 오션뷰~ 또또는?"

 

"또또도… "


내가 알기론, 와이프의 평소 스타일은 100% 오션뷰다. 

그런데 저런 질문을 한다는 건... 뭔가 있는데... 

오늘 와이프의 선택은 오션뷰였을까, 시티뷰였을까? 


여행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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