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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봄 Oct 24. 2024

튀김가게가 모여 있으면 장사가 돼?

여행 3일차 -3 @속초 UH플랫, 동명항

와이프의 가족 내 별명은 '시트콤 엄마'.

즉흥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 웃픈 돌발상황을 만든다. 

식당 등 어디를 가든, 가족들 기대를 잔뜩 시키고 가면 

문이 닫혀있고, 가게가 끝나있고, 브레이크 타임이고, 

더 나아가 폐점된 곳도 있거나 돌발상황이 발생한다. 

그러고는 아주 장난스럽게 위기를 모면한다. 

와이프의 노력을 알기 때문에 가족들도 그저 웃으며

'시트콤 찍는다'라고 말하며 상황을 받아들이곤 했다. 

그래서 이번 와이프의 질문에도 먼저 의심부터 들었다.


"왜? 숙소 옮겨? 뭔 일인데? 뭐라 그랬는데?"


"아니, 체크인하려고 기다리는데, 

내 앞에서 방 잡는 사람이 시티뷰를 달라 그러는 거야.

그러면서 “밤에는 시티뷰지~” 이러더라고. 

난 우리 예약할 때, 해외 리조트든 국내든 

바닷가면 오션뷰라고 맨날 그랬거든. 

근데 그 앞집에서 “밤에 아무것도 안 보여, 

밤에는 시티뷰~지”라고 이야기하니까, 

그 말이 맞는 거 같은 거야. ㅎㅎㅎㅎ 

우리도 시티뷰 할까?"


"ㅎㅎㅎㅎ 그냥 자기 좋을 대로 해" 


와이프의 평소 지론은 오션뷰, 

하지만 그간 여행을 다녀본 결과, 

횟집에서 회라도 한 접시 먹으며 숙소에 들어오면 

깜깜해서 오션은 커녕, 형체도 보기 힘든 야경일 뿐. 

게다가 우리 가족 스타일상 아침에 일출을 보기는 커녕, 

늦잠 자거나, 빨리 나가거나, 체크아웃하기에 바빴다. 

그러니 오션부를 고집하던 그 생각에 균열이 생긴 듯했다.

시티뷰 방을 잡으면 숙소에서 대화를 해도, 

야식을 먹어도 여행 느낌이 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가능성이 훨씬 유리해 보였던 것이다. 

와이프의 오랜 고집, 어쩌면 모두 막연하게 좋은 뷰라고 

믿었던 관행에 균열이 생겼다. 경험이 만든 균열. 

아마 다음번에는 시티뷰에 한 번은 묵게 될 것 같다.


이번까지는 오션뷰로 잡은, 속초 숙소는 다소 낯설었다.

장소는 바닷가지만, 시내에 근접했고, 

건물은 리조트나 호텔이 아니라 오피스텔 분위기. 

알고 보니, 요즘은 오피스텔 건물인데, 

몇 개 층은 오피스텔이 아닌 숙소로 제공하는 곳이란다. 

아... 이렇게도 쓰는구나… 

이야, 그러면 여기로 한 일주일이나 한 달 출장 오면 

너무너무 좋겠다. 대박이겠다… 


출장을 이런 데로 보내달라고 하고 싶었다. 

업무와 휴가가 열려있고, 사무실과 숙소가 열려있는... 

그 안에서 질서는 내가 마음대로 잡을 수 있는 공간... 

가족끼리 보내기에도 좋은 곳이라, 출장 와있으면 

가족들도 1박 2일은 불러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도...

그 형태가 마음에 들었다. 


"아빠, 나가자!" 


속초는 정말 많이 다녀간 곳 중에 하나지만, 

늘 당일, 1박 2일, 거점으로만 다녀갔던 터라, 

이번에 양양에 이어 속초도 뭔가를 뒤져보고 싶었다. 


우선, 숙소에서 가까운 동명항을 먼저 택했다.

바다, 항구, 수산시장, 

그리고 오늘 저녁식사를 해결할 횟집이 타깃. 

동명항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여전했다. 

양옆으로 쭈욱 늘어선 횟집 간판들을 훑었다.


"자기야, 맘에 드는 횟집 있나 봐 봐…" 와이프의 요청. 


"근데, 우리 맨날 그렇게 보다가 결국 다른 데서 먹었어.

여기는 왠지 느낌이 너무 관광지야. 

그래서, 현지인들이 잘 가는 집 찾겠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지쳐서 아무 데나 들어가서 먹었는데…"


"ㅎㅎㅎ 맞아. 우리 맨날 그래."

 

일단 동명항을 또또에게 보여주기 위해  

천천히 드라이브해서 들어갔다. 


평일 늦은 오후, 동명항은 주차에 여유가 있었다. 

바다를 보기 위해 동명항 방파제를 오르는 길은,  

벽에 돋움으로 새겨진 익살스러운 바다 동물 그림과 

바닥에 3D 입체로 그려진 그림이 눈길을 끌었다.

대게가 튀어나올 듯, 돛단배를 타고 있는 듯 

카메라 각도를 옮겨가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바다를 향해 팔을 뻗듯 쭈욱 곧게 나있는 길을 따라

등대까지 걸으며, 바다와 방파제, 트라이포트와 

등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학교 교과서에서 쓰여 있지 않는 이야기들이지만, 

살다 보면 어떻게인지 모르게 알게 되는 이야기들. 

누구에게 들었는지, 내가 생각해 낸 것인지 모르지만,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야기들. 

그걸 해주는 사람이 가족이고 엄빠이지 않을까 싶다. 

찌는 듯한 더위가 살짝 숨죽이는 저녁 시간, 

손을 잡고 속초 바닷가를 걷는 모습이 평화로웠다. 


그리고 둘러본 수산시장. 1층에서 횟감을 고르고 

2층에 올라가서 상차림과 함께 식사를 하는 구조. 

딸이 회도 잘 먹고, 산낙지까지도 잘 먹기는 하지만,

그래도 반찬거리 없이 횟감만으로 식사를 하기에는 

여전히 불안한 엄빠여서 결국 횟집을 찾기로 결정. 

동명항을 둘러보던 과거의 경험 그대로였다. 

다시 주차장으로 향하던 길. 


왕새우튀김, 오징어튀김, 야채튀김, 고추튀김… 

온갖 튀김 가게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저기에서 다 똑같은 걸 파는데…

그러면 어떻게 장사가 잘 될까? 웅..."


놀랍게도, 딸의 혼잣말이었다. 

튀김가게 아주머니들이 부르는 손짓과 

“잘해줄게요” “많이 드려요” 소리에 

건성이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네~네~"하며 

지나가는 아빠의 옆에서 든 생각이었나 보다. 


"또또야, 뭐라고? 무슨 생각했어?"


"여기 파는 것도 똑같고, 가격도 똑같은데, 

자꾸 불러서 우리 집 거를 팔아야 되는데, 

왜 여기서 하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어? 또또야… 그지? 맞아. 

그럼 왜 저기에 튀김집이 다 모여서 장사를 할까?" 


"그러니까…"


또또의 혼잣말에 반색하며 이걸 질문으로 만들어 

던지는 나의 모습도 살짝 웃겼다. 부자연스러웠다.  


"또또야, 그럼 잘 생각해 봐.

만약에 또또가 튀김가게를 열려고 하는 중이야.

첫 번째 장소는 온 동네에 튀김가게가 하나도 없어. 

그래서 이 동네에서 튀김 먹고 싶으면 다 우리 집으로 와.

두 번째 장소는 튀김가게들이 여러 곳이 다 모여있어. 

경쟁도 엄청 치열해. 튀김 먹고 싶은 사람이 나타나면 

여기처럼 다 우리 집으로 오라고 해야 돼. 

또또라면, 그 2곳 중 어디에서 

튀김가게를 오픈하고 싶어?" 


음… 아빠의 질문이 나오니까 그냥 또또 생각대로의 

단순한 대답을 아닐 거다 싶은가 보다. 생각에 잠긴다.

'초등학생스러운 정답 찾기'에 살짝 의심이 생긴 걸까? 

아빠의 질문에 맞는 정답 찾기의 전형이 생기는 걸까? 


"자, 우리 또또의 대답은?" 


여행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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