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삼성물산 : '빈폴' 태도를 입는다] 편
광고회사는 에이젼시, 광고주는 클라이언트.
그래서 광고회사가 광고주 회사로 미팅을 자주 간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내일 광고주 미팅 있으니 양복 정장 입고 와라!"
"팀장님, 정장 말고 광고회사답게 사복으로 가시죠.
광고주 보기에 광고회사는 좀 다르게 보여야죠"
그때도, 지금도 난 이게 먹힌다고 본다.
광고회사는 광고주와는 다른 '색깔'이 있어야 한다.
많은 광고회사들이 광고주에게 맞춘다고 정장을 입고,
광고주 회사의 서체와 브랜드컬러로 기획서를 만든다.
그런데 광고주가 보기에는 지겹다.
뭔가 남다른 개성을 가진 광고회사를 기대하는데,
매일 보는 양복에, 매 회의마다 보던 컬러, 서체까지
똑같은 문서를 보고 있으면 지겹기 마련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획일된 양복 정장은 피하고,
나름 세련되고 깔끔한 비즈니스룩을 찾아 입고,
(사실 이게 더 피곤하기는 하다)
광고주의 것이 아닌 우리 회사 컬러, 서체를 쓴다.
양복을 입고 광고주 회사에 동화된 듯 보일 것인가,
사복을 입고 광고회사답게 차별적으로 보일 것인가?
이런 고민은 사실 매일 하고 있다.
결혼식에 갈 때 vs 장례식에 갈 때,
데이트하러 갈 때 vs 운동을 하러 갈 때,
일상적인 어느 목요일 vs 큰 결심한 새해 첫날,
장소, 상황, 시간에 따라 다른 옷을 고르는 이유다.
남들 보기에도, 나 스스로 느끼기에도
입은 옷에 따라 나의 행동이 달라진다.
이런 일상생활 속 패션에 대한 공감은 높지만,
그동안 패션브랜드는 이런 이야기를 하기 어려웠다.
패션광고는 일종의 동경이나 환상을 만들어왔다.
왠지 화려하고, 톡톡 튀고, 고급감 보다 비싸고,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소화하기 힘들어 보이더라도
보자마자 와~ 하는 그런 느낌이 있어야 하기 때문.
그런데 어쩌면 가장 익숙한 브랜드가,
가장 익숙하면서도 가장 낯선 주장을 할 때가 있다.
광고주 : 삼성물산/
만든 이 : 제일기획/ 원문재 CD/ 이현지 감독
옷을 고르면서 문제를 제기한다.
겉모습만 바꾼다 vs 표정에서 생각까지 다 바꾼다.
이 대립구도 중 후자의 손을 들어준다.
왜? "옷이 태도를 만드니까"
아직도 옷이 겉모습만 바꿔준다고 생각해요?
다 바뀔 거예요.
표정, 말투, 행동, 생각까지.
옷이 태도를 만드니까.
태도를 입는다. 빈폴
패션 화보 같은 모델들의 멋진 영상 위로
옷과 태도의 관계를 의미 있게 담아낸다.
사실 '태도'는 쓰기 어려운 단어다, 꼰대 같아서.
쓰기 싫기도 하다, 영어로도 멋스럽지 않아서.
아마 내부에서도 찬반이 치열하지 않았을까.
패션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보통 형용사여서
'태도'라는 단어가 특히 더 받아들이기 낯설었다.
그런데 업계에만 낯설 뿐, 일상에서는 익숙하다.
카피를 쓸 때, 업계의 어려운 용어와 개념을
일상에서 쉽게 받아들이도록 쓴다는 원칙에 부합.
그러니 의미도 쉽고, 공감도 되니 난 찬성.
겉모습뿐 아니라 태도까지 바꾼다고 하니,
옷의 역할도 확장이 되는 듯한 느낌이라 더더욱.
'빈폴은 태도까지 바꾸는 옷'이라는 주장도,
패션브랜드들과 다른 차별적 지점에 놓이게 한다.
패션, 화장품, 자동차 등의 어떤 이미지 광고는
제품과 의미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저 '보여주고' '느끼게 하도록' 만든다.
즉 이성적으로 '저 브랜드 사야겠네~'가 아니라
감성적으로 '어? 저거!'하고 밤에 생각나게 만든다.
각자 받아들이는 포인트와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에
패션 브랜드 화보, 영상 등을 논평하기 어려운 이유.
개인적으로
오늘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옷을 고른다.
중요한 PT가 있는 날에는 멋지게 차려입어도
"전투복"이라고 부른다. PT가 전쟁이니까.
이게 '오늘 내가 어때야 하는지'를 결정짓고
그렇게 컨트롤하기 위한 패션전략이 된 상황.
그래서 태도를 입는다, 전략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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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