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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봄 Jul 08. 2024

세상에 내 편 만들기가 쉽나?

25 [CJ대한통운 : 이러니 더 운반할 수밖에] 편

내가 하는 일에 내가 자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세상이 내가 하는 일을 어떻게 보는가는, 

그래서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는 내 맘대로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 업에 대해 어떻게 말하느냐에

마음이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다... 분노든, 긍지든... 


내가 하는 일, 광고회사 AE도 마찬가지다. 

AE(Account Executive) : 광고회사에서 
클라이언트 광고 전반을 총괄하는 광고기획 직종

근래에 한 방송사의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이 

우리 회사 우리 팀에서 회자가 된 적이 있었다. 

그때 '광고회사 AE' 한 명이 출연했는데, 

함께 대화하던 담당 PD 중 한 명이 

“어떻게 보면 '광고주 따까리'지 않냐”라고 말했단다.

우리 팀에서는 공분이 일었고,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추후 그 PD가 사과했다고 지면으로 접하긴 했지만, 

가볍게 말했으니 가볍게 사과하고 넘겼겠지... 만 

그 말에 상처 입은 사람들은 가볍게 받아넘길까 싶다.


그 PD도 참 어리석다.

AE일이 뭔지 안다고 생각한 어쭙잖음과 

남의 일을 쉽게 폄하하는 경박함이라니...

개인적 인격의 미성숙함은 물론이거니와, 

출연진과 시청자를 단숨에 적으로 돌리고 있으니,

프로그램의 담당이라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이렇게 남들이 내 일을 바라보는 시선, 

내 일을 부르는 호칭'만으로 

그게 그렇게 고마울 때도 있고, 

그게 그렇게 서러울 때도 있다. 


세상에 거의 모든 직업군이 그렇다. 

옛날에 연예인은 '딴따라'라 불렸지만, 

이제는 '아티스트' 부른다. 최고 선망 직업 중 하나다.

'난 딴따라다!'라며 세상의 천대에 가까운 편견을 

역으로 깨며 의미부여를 뒤바꾼 연예인도 있었다. 


이발하는 분들을 예전에는 '깍새'라 폄하했지만,  

지금은 뒤에 '선생님'을 붙인다, 헤어디자이너 선생님.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교사 선생님, 경찰, 소방관 등은

폄하와 존경을 넘나드는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선생님'으로 불려 오던 의사 직군이 

이제는 '그저 직업'일 뿐이란 인식으로 격하되는 듯,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렇듯, 내 일에 대해 

나만큼은 아니어도 인정해주기만 해도 우군이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폄하하면 단숨에 적이 되는 법. 


25 [CJ대한통운 : 더 운반할 수밖에] 편

만든 이 : TBWA / 이창호 CD/ 정소담 외 AE/ 
               샤인 감독 


독특한 타깃 이미지를 통한 

브랜드의 '우군 만들기'


배경은 미국 서부영화의 한 장면. 

서부극의 주인공 총잡이가 들어온다. 

이렇게 배경, 음악, 의상, 성우 내레이션 톤까지

서부극 느낌을 물씬 풍긴다. 눈길을 잡는 장치. 


독특한 점은, 그 주인공이 운송기사라는 것. 

서부 총잡이의 멋짐을 덧씌우고 있다. 

사실 실제와는 아무 연관성도 찾기 힘들다. 

그저 이 업과 운송기사를 보는 관점 중 하나인데, 

아마 상상 속 멋진 관점을 투영했을 것이다. 


광고적으로 보면,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운송기사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포인트. 

운송기사들을 ‘더 운반 사람들’, ‘멤버’로 부르고,

그들을 멋진 서부 총잡이처럼 이미지를 그려낸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배차’, ‘지급’ 등 

타깃에게 유효한 USP를 제시하며, 

‘더 운반’을 이용할 이유를 설득하고 있는 것. 


이 설득을 위해 광고의 타깃인 운송기사들을

일단 '우리 편'으로 만들고, 메시지를 설득하는 것. 

‘영리한 우군 만들기 전략’이다. 

사실, 운송기사 직업군만 타깃으로 

대중적 TV광고를 하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그들에게만 보여주기도 힘들고, 

그들이 쉽게 마음을 열고 눈길을 줄지도 모를 일, 

그러니 특수 관계일 수밖에 없는 브랜드입장에서는 

타깃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출발점. 

이모! 여기 돈가스 하나. 제육 추가.
테이블 당. 계란말이 하나씩 더.

더운반 멤버라면. 아무 조건 없이 익일지급.
이러니 더 운반할 수밖에.

더 앞선 운반의 기준. the unban.


B2B 브랜드의 메시지도 좋지만, 

업종의 특수 타깃 전략 선행이 돋보여 


'더 운반'은 작년에 론칭한 운송 브랜드. 

브랜드명 자체가 ‘더 운반’이니, 

1년 차에는 브랜드명의 정확한 인지를 위해, 

‘더’를 ‘덜 vs 더’의 구도에서 

More/Better로 해석하는 론칭 광고를 집행했다. 


2년 차를 맞아, ‘이러니 더 운반할 수밖에’에서는 

더 운반을 이용해야 할 이유를 

‘더= deeper’하게 전달하면서도 

온전한 브랜드명 ‘The 운반’이라고도 읽히게 만든다. 

주장점을 넓혀가며 인지도를 차근히 쌓고 있다. 


주장을 하나씩 펼쳐가는 메시지 전략도 좋지만, 

브랜드의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타깃을 

놓치지 않고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영리하다. 

앞서 이야기했듯, 사람이라는 것이 내 일을 

나만큼은 아니어도 인정해주기만 해도 우군이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폄하하면 단숨에 적이 되는 법.

우군부터 만들어 놓으니 얼마나 이야기하기 편한가. 

이들은 아주 자발적인 브랜드 전파자가 될 것이다, 

"브랜드의, 캠페인의 엑셀레이터(Brand Accelerator)"

역할을 해줄 것이다. 


오늘도 엘리베이터에서 택배기사를 만났다. 

몇 번씩 엘리베이터를 세워야 하는 기사님들은 

입주민의 불평이 나올까 늘 조심스러운가 보다. 

누군가 타면 잡아주고, 늘 인사를 먼저 해주신다. 

입주민이 먼저 도착하게 한 후, 

올라가면서 배송하거나, 내려오면서 배송하거나 

본인 배송 층에 맞춰 조정을 해주기까지 한다.  

입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일도 잘하려는 노력. 

이런 노력으로, 입주민을 우군으로 만든다.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다들 알지 않는가, 

세상에 내 편 하나 있는 게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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