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1. 비가 오면 본능처럼 우산을 편다.
그런데 누군가 함께 쓰자고 하면 불편해진다.
팔도, 걸음도 맞춰야 한다.
몸을 기울일수록 금세 피곤해진다.
2. 우산은 작다.
내 몸 하나 겨우 가릴 만큼만 허락한다.
그 안에 다른 누군가가 들어오면, 내 공간이 침범당한 것처럼 느껴진다.
3. 마음도 그렇다.
딱 자기만큼의 여백만 허용한다.
억지로 누군가를 들이면, 비는 피하지만 숨이 막힌다.
우산은 결국, 혼자 쓰는 게 편하다.
우산을 혼자 쓰는 편안함은 타인과 거리를 조율하는 ‘심리적 경계(타인과의 사이에 자신을 지키기 위한 마음의 거리선)’의 표현이다.
관계에서 자신이 허용한 만큼만 가까워지려는, 하나의 ‘자기 보호 메커니즘(상처받지 않으려는 무의식적 마음의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