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1. 책장에 책이 쌓인다.
읽지 않아도 안심된다.
2. 사실 책이 필요한 게 아니다.
책을 사는 내가 필요하다.
‘나는 아직 배울 수 있다’는 위안처럼.
3. 읽지 않는 책은 부끄럽지 않다.
문제는 책이 아니라, 내가 비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는 그걸 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읽지 않은 책을 쌓아두는 건 읽기의 문제가 아니라 불안을 달래려는 ‘자기 위안(불안이나 공허를 스스로 달래는 마음)’이다.
그 책들은 공허를 드러내는 대신, 아직 채울 수 있다는 조용한 가능성을 남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