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가는 자유에 대한 항변
Q. 티베트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산책할 겸 산길을 올랐다. 티베트 음악 특유의 꾀꼬리 고음이 들린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티베트 공연예술센터가 나온다. 야외무대에서 남녀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무대 밑에 서있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공연 준비하나 봐요?"
"맞아요. 3주 뒤에 큰 명절이 있는데, 그때를 위해서 준비하고 있어요.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한국에서 왔어요."
"아, 한국! 내가 좋아하는 한국사람 있어요."
"누구요? 강남스타일?"
"아뇨. 박지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이에요."
박지성을 좋아한다는 그의 이름은 니마. 티베트어로 태양이란 뜻이다. 몇 마디 더 얘기하다 질문을 던졌다.
"아까 부모님이 중국에서 인도로 왔다고 했죠? 그럼 니마는 중국 사람이에요, 인도 사람이에요?"
"티베트 사람이에요."
내 의도를 잘못 이해한 것 같아 다시 물었다.
"네, 티베트 사람 맞는데 국적이 중국이냐 인도냐 물어보는 거에요."
"티베트인이죠."
차마 한번 더 물어볼 수 없었다.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그의 얼굴에 '티베트는 국가가 아니잖아요'라고 말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 질문을 끝으로 그는 무대 위로 올라갔다. 이전까진 아름답던 노랫소리가 갑자기 구슬프게만 들린다.
티베트인인 니마는 티베트에 갈 수 없다.
티베트의 태양은 얼어붙은 고원을 녹일 수 있을까.
빼앗긴 티베트에도 봄은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