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정도 됐을까…? 엄마가 지역 공용 텃밭을 하나 얻어서 이것저것 심기 시작한게.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아빠랑 같이 가서 밭도 갈고, 머칭도 하고, 계절에 맞춰서 씨 뿌리고, 잡초 제거하고 내가 보기에는 쉬는 날 또 일 하러 가는 건데 엄마는 좋다고 간다. (아빠가 힘들어 보이긴 하지만... 막상 가면 열심히 한다)
엄마는 내가 내 방에만 박혀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주말만 되면 산책 가자, 카페 가자, 밭에 가면서 드라이브 하자, 이것저것 설명을 붙이면서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한다. 다른 건 다 괜찮지만 밭에 가는 건 정말 싫어하는데 일단 가면 2시간은 기본이고 조금 도와주고 나면 할 일도 없어서 차에서 멍 때리며 몇 시간을 그냥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매번 금방 올거라면서 데리고 가지만 한 번도 금방 온 적이 없기 때문에 싫다고 하는 데 이번에는 마늘을 다 뽑아야 한다면서 같이 가야 한다고 하길래 결국 따라갔다. 마늘보다 양파가 뽑을 시기가 돼서 양파만 잔뜩 뽑다가 왔지만 어쨋든 이번에는 엄마아빠가 뽑은 양파 줄기를 가위로 자르는 일이라도 있어서 열심히 앉아서 자르다가 왔다.
얼마나 잘 자랐는지 작은 건 하나도 없고 다 주먹보다 더 커서는 쟤네는 일주일에 한 번 물만 주면 참 잘 자라네… 싶어서 실없는 생각도 잠깐 했다. 가끔 다시 태어나면 아무 생각 안 해도 되는 돌멩이나 구름 같은 거나 되고 싶네 하다가도 그냥 아예 안 태어났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내가 지금 힘들긴 힘든가, 싶어서 괜히 한숨만 나오기도 한다. sns를 구경하다 보면 이런 말이 보일 때가 있다. 살기는 싫은데 죽을 용기가 없어서 그냥 산다. 내가 지금 뭐하는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힘들게 배운다고 잘 살기나 하나, 그냥 지금처럼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배우고 싶은 거 있으면 배우고 살아도 굶어 죽지는 않을텐데 왜 아등바등 사나… 싶은 생각이 들면 저 말이 너무 이해가 가고 공감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슬픈 노래 들으면서 잠 자고 일어나면 또 언제 우울한 생각을 했냐는 듯이 다시 똑같이 생활하고, 다시 고민하며 살아간다. 아마 죽기 전까지 계속 이렇게 살지 않을까 싶다. 억만장자도 그 나름대로 고민이 있을텐데, 물론 내가 지금하는 고민의 80% 이상은 돈이 있다면 해결되는 고민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
그래도 올해 들어서는 돈에 대한 집착을 내려놔서 마음 편하게(부모님 생각은 하지만) 공부하고 알바하며 지내고 있다. 부모님 생각을 하지 않으려면 빨리 독립해서 자취를 해야 더 이상 하지 않을 것 같다. 근데 여기서 퇴직금 받아야 하니까 내년 5월까지는 있어야 하고, 가을에 순례길 갈거니까 바로 자취는 타이밍이 안 좋고, 이것저것 고민해보니 결국 독립은 내년 연말이나 26년 되자마자로 결론 땅땅- 했다.
그래도 독립할 자금은 부모님 손 안 벌리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긴 하다. 대출이 있으니 당연히 손 벌 일 생각도 없었지만.. 내 앞으로 빚이 있다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타입인 나로서는 최대한 보증금은 모아서 나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