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부터 양재천변 산책길에 쉽게 만나게 되는 메꽃은 덩굴지어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주변의 식물을 감고 자라 다른 풀들과 함께 한 해에도 여러 번 잘려 나가지만, 꿋꿋이 다시 잎을 내고 자라나 연분홍빛 예쁜 꽃을 피워낸다.
양재천에서는 자생 메꽃 종류에서는 메꽃, 애기메꽃, 큰메꽃 세 종류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자생 메꽃 종류에는 이 세 종류 이외에도 갯메꽃과 선메꽃이 있는데, 갯메꽃은 바닷가 모래밭에나 가야 볼 수 있고, 선메꽃은 줄기가 곧게 서고 짧은 털로 뒤덮여 있다고 하는데, 아직 본 적이 없다.
애기메꽃과 큰메꽃은 잎과 꽃의 모양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고 하는데, 환경에 따라 차이도 심하고 사실 경계에 있는 경우도 많아서 알면 알수록 구분이 어려워지곤 했다.
애기메꽃은 꽃의 크기가 작고 색도 연한 편이다. 그러나 꽃 크기나 색만으로는 확신하기 어렵고, 명확하게 구분 가능한 특징은 꽃자루에 각진 듯 줄지어선 날개이다. 애기메꽃의 잎 모양은 전체적으로 갸름하게 길쭉하면서 잎자루와 연결되는 하부가 명확하게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큰메꽃은 꽃이 애기메꽃보다 약간 큰 정도로, 꽃이 커서가 아니라 잎이 커서 큰메꽃으로 이름 지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꽃자루에 날개가 없이 매끈하고, 잎모양은 둥근 삼각모양으로 넓적한 것이 특징이다. 잎자루와 연결되는 하부가 한번 더 갈라지는 특성은 애기메꽃과 같다.
메꽃 종류를 잎모양으로 대략 구분해 보면 위와 같은데, 실제로 애기메꽃과 큰메꽃은 잎모양 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웠고 꽃자루를 확인하여 날개가 있으면 애기메꽃, 없으면 큰메꽃으로 일단 구분하였다. 간혹 꽃자루에 날개가 있는 것 같기도, 없는 것 같기도 한 애매한 정도의 매끈함으로 머리를 아프게 하기도 했다.
덩굴줄기를 뻗어가며 자라는 메꽃들은 나팔꽃과 달리 한낮에도 꽃을 볼 수 있어 매력적인데, 세 종류 중에서도 대표 격인 메꽃의 꽃이 내가 본 중 가장 크기도 하고 분홍색도 선명한 편이었다.
메꽃의 잎자루는 2~3cm로 길지 않고 덩굴줄기를 중심으로 엇갈려 달리며, 잎몸의 길이는 7~12cm로 갸름하고 뾰족한 창 모양이다. 애기메꽃이나 큰메꽃 잎과의 가장 큰 차이는 잎자루로 연결되는 하부가 귀모양으로 둥글고 밋밋하며 갈라지지 않는 점이다.
메꽃은 지름과 길이가 5~6cm 정도 되는 통꽃으로 하부에는 5조각의 꽃받침과 이를 감싼 두 장의 포로 이루어져 있다. 중심에는 암술머리가 두 개로 갈라진 한 개의 암술과 이를 둘러싼 다섯 개의 수술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술의 하단부는 꽃잎과 일부 붙어있다.
꽃과 잎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그때그때 종류별 차이점과 크기 등을 기록해 두었는데, 자라는 환경이나 개체에 따라 잎과 꽃의 크기도 색과 모양도 약간씩 달라서 정확한 구분이 가능하긴 한 것인가 좌절하기도 했지만, 자료를 참조하여 가능한 한 표준이 되는 형태를 작품에 담으려 노력했다.
이번 작품은 애기메꽃, 메꽃, 큰메꽃 세 종류를 하나의 화폭에 담아 서로 어우러지면서 자연스럽게 차이점이 드러날 수 있도록 구성하였는데, 이번 올랑보아진 여름호에서는 중심부에 그려 넣은 메꽃의 과정을 위주로 하여 담아본다.
구도는 두 송이의 활짝 핀 꽃을 중심에 배치하고, 아직 피어나지 않은 봉오리를 좌측에, 시들어 오므린 꽃 한 송이를 우측에 배치하여 시간의 연속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해보았다.
길쭉길쭉한 잎들은 모양과 특징을 명료하게 보여주면서도 전체적으로 역동적인 덩굴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배치하려고 노력했다.
깊숙한 통꽃의 특성상 암술과 수술의 모습이 정면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꽃 단면을 따로 추가하여 구도 구성을 결정하였다.
채색에 들어가기 전 꽃과 잎을 연필로 그려가며 꽃잎의 섬세한 결 방향과 모양을 익혀보았다.
봉오리일 때 꽃잎이 시계방향으로 감겨있다가 꽃이 피면서 펼쳐지는데 섬세한 결 방향과 접혀있던 당시의 미세한 주름이 남아있다. 사진으로는 미세한 결 방향과 주름을 제대로 잡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기본적인 규칙과 형태를 연필로 스케치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꽃 색은 얼핏 단순해 보여도 중간톤, 밝은 톤, 어두운 톤의 색을 찾아 미리 기록해 두면 채색 단계에서 사진 자료를 참조할 때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자라는 환경이나 꽃 피는 시기, 햇빛의 양에 따라 꽃색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사진은 촬영 당시의 카메라 종류나 빛 반사, 이미지 처리 방식 등에 따라 실제 색과 다르게 표현되기에, 눈으로 본 색을 직접 화지에 기록하며 색을 테스트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다행히도 메꽃은 여름 내내 계속하여 꽃을 피우고 쉽게 채집 가능한 데다가, 물에 꽂아두거나 냉장고에 보관하면 꽃은 시들어도 잎과 줄기는 꽤 오랫동안 싱싱하게 유지되어, 필요한 경우 눈앞에서 확인해 가며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잎도 주맥과 측맥의 굵기와 개수, 앞뒷면의 모양을 자세히 관찰해 가며 연필로 스케치해 두면 기본적인 규칙과 형태를 오래 기억할 수 있기도 하고, 채색 단계에서 식물이 시들어 버린 후 사진 자료만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는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에서 우측의 큰메꽃과 얽히는 덩굴줄기를 고려하여 구도를 일부 수정하고 밑그림을 수채화지에 옮겨 채색 작업에 들어갔다.
메꽃은 밑그림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이 절반 이상이었던 듯, 막상 채색을 시작하고 나서는 큰 고민 없이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위쪽의 어린 꽃봉오리와 작은 잎들로부터 시작하여 아래쪽의 긴 잎들과 만개한 꽃들까지 차례차례 하나씩 채색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2023년 무더운 여름의 한가운데를 메꽃과 함께 지나온 듯하다. 초여름부터 내내 매일매일 새로운 꽃을 피워내어, 관찰을 겸한 산책길이 기대되고 즐거웠는데, 이건 메꽃, 이건 애기메꽃, 이건 큰메꽃 하며 읊어대는 와이프 따라다니느라 남편도 이제 메꽃을 보면 알아보는 정도는 되었다는 점이 어쩌면 수확이라 말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애기메꽃과 큰메꽃은 꽃이 지고 난 자리에 열매가 맺혀있기도 했는데, 유독 메꽃은 열매가 형성된 것을 보지 못해서 열매가 없는 구성으로 완성되어 조금 아쉽다.
여름철에만도 몇 번씩 양재천변의 풀들과 함께 잘려 나가지만, 끊임없는 생명력으로 다시 가지를 뻗고 잎을 내어 금세 무성해지는 메꽃은 우리나라의 여름을 대표하는 자생식물이 아닐까 싶다.
2024년도 길고 지루한 장마로 오락가락 비를 뿌려대며 무덥고 습한 여름 한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다.
스스로 오롯이 설 수는 없지만, 주변의 식물들에 의지하여 가지를 뻗어가는 메꽃이 내게 말을 건다.
나는 오늘 하루 꽃을 피우기 위해 비가 멎는 순간을 기다린다고…… 다음 꽃을 피우기 위해 늘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편으로는 현재의 작업에 집중하지만, 동시에 다음 작업을 준비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 않냐고……
비가 온 뒤 순간 말끔해진 하늘을 볼 때면 마음도 멀리멀리 달아나는 듯하다.
느슨해진 여름, 마음을 다잡고 다가올 가을을 준비해 보아야겠다.
최지연 作
메꽃 Short-hairy morning glory
Calystegia pubescens Lindl.
수채화 Watercolor
애기메꽃/메꽃/큰메꽃 작품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