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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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와 아지랑이가 간질간질 피어나면 선남선녀들은 님을 찾아 헤맨다. 달아오른 사랑의 향기 불끈불끈 뿜어낸다. 혹한 인고의 겨울을 버틴 꽃눈에도 토실토실 살이 오른다. 자, 기지개 한번 크게 펴고 문을 활짝 열어젖히자. 생동하는 봄이 아닌가.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 한때 사랑시(詩)로서 유행이었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살고 싶다.”
그러나 이 시에 등장하는 ‘비목어(比目魚)’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한자어 그대로 풀이하자면, 눈이 한쪽에만 나란히 있는 물고기라는 뜻인데, 대체 어떤 물고기일까. 과거, 중국의 광활한 내륙 땅 사람들은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들에게 태평양 너른 푸른 바다는 도무지 상상할 길이 없었다. 더해서 외눈박이 물고기가 동방의 바다에 살고 있다니!
“동방에 비목어가 있는데 두 짝이 나란히 합쳐지지 않으면 나아가지 못한다. 그 이름을 접(鰈)이라 한다.”
마치 외눈박이이며 지느러미도 한쪽밖에 없어 제대로 헤엄도 못 치는 물고기, 그렇지만 짝을 이루면 완전히 한 몸으로 뜨겁게 사랑하는 물고기. 눈이 한쪽에 몰린 특이한 외형으로 사람들의 오해를 불렀고, 또 전설이 된 물고기. 여기서 말하는 '비목'이나 한자어 ‘접’이 바로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봄날의 물고기', ‘도다리’다.
“여기 도다리 한 접시요.” “가자미 식혜도 주세요.”
우리는 몸을 위에서 누른 모양으로 납작하고, 두 개의 눈이 머리 한쪽에 몰려 있는 생선회를 종종 시켜 먹는다. 이런 모양새의 물고기는 광어, 넙치, 가자미, 도다리 등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광어의 표준어는 넙치이다. 넙치, 가자미, 도다리는 모두 분류학상으로 가자미목에 속한다. 가자미목에 넙치류, 가자미류, 서대류가 모두 포함된다. 도다리는 가자미목 가자미류에 속하는 물고기다. 흔히 ‘좌광우도’란 속설로 넙치는 눈이 등의 왼쪽에, 도다리는 눈이 등의 오른쪽에 있는 것으로 구분하지만, 이러한 구분도 정확하지 않다. 강도다리는 도다리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눈이 왼쪽에 있다. 전문가가 아니면, 30여 종이 넘는 가자미류를 구분하기 힘들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 ‘봄 도다리, 가을 넙치’라고 어부들은 말한다. 계절을 타는 사람이 있고 제철 과일이 있듯, 도다리는 봄에 썰어야 제 맛이다. 겨울 산란을 마친 도다리의 살이 봄날에 제대로 오르기 시작하면, 바닷속 봄 도다리 있던 자리의 향기가 10리에 미친다고 한다. 이 얼마나 기름진 비유인가. 그러나 같은 봄철이라도 삼월 넙치는 살이 없어 개도 먹지 않는다고 했다. 자, 준비되었는가. 꽃비를 맞으며 바다로 나가보자. 전어나 광어 말고 봄 도다리 한 접시나 봄향 담은 도다리쑥국을 시켜보자.
생명이 약동하는 싱그러운 봄이다. 진달래도 봄처녀도 도다리도 진하게 향기롭다. 이것저것 눈치 보지 말자. 외눈박이 도다리, 비목처럼 두 몸이 한 몸으로 사랑하면 어떤가. 당신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런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