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주니어에게, 3편
1편 - https://brunch.co.kr/@greenful/112
2편 - https://brunch.co.kr/@greenful/113
어떻게 하면 개발을 잘할 수 있나요?
Cognitive ease (인지적 편안함)* 이라는 개념이 있다.
인간은 쉬운 것, 편안한 것, 기분 좋은 것, 옳은 것을 직관적으로 같다고 판단한다.
하나하나 보면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 이미 윗 줄을 읽으며 비슷하다고 느꼈을 껄.
진화적 역사에 있어, 반복했는데 안전한 것(이 열매는 좋은 것, 이 버섯은 나쁜 것)은 좋은 것이라는 인지체계가 세팅되었기 때문이다.
별로 였던 음악인데 많이 들으면 좋아진다.
별로 였던 음식인데 몇 번 먹다 보면 생각난다.
별로 였던 사람인데 보다 보면 정든다.
익숙하고 쉬워지면(잘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재미가 있다고 느낀다.
재미가 있으면, 많이 하게 된다.
많이 하면, (어떻겠어?) 잘하게 된다.
개발 잘하면, 개발이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많이 한다. 그럼? 더 잘하게 된다...
선순환 고리를 탄 거다. 거칠 것이 없다.
문제는 어떻게 저기에 올라타느냐.
순환 고리의 3군데 중에 한 군데만 올라타면 된다.
그런데 살펴보면, '잘한다'와 '재미있다'는 내가 선택하는 옵션이 아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많이 한다' 다.
"오~노~"
라고 생각하기 전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개발을 잘하고, 내가 개발을 좋아할 수 있는 방법이 여기 떡하니 있다.
아주 초기엔 뭐가 되었든 개발을 많이 하면 되는데, 그중 최고봉은, 지난 편에도 얘기했듯이 '일'을 하는 거다.
책임지겠다고 약속을 하고(돈을 받고) 일을 하면, 내 의지로 하는 것을 넘어서는 양을 하게 된다.
주니어를 벗어날 시점부터는 ‘뭘 많이 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이때부터는 그냥 많이만 해서는 유의미한 실력이 늘지 않는다. 이 시점엔 다음 단계로의 자극을 줄 좋은 환경이나 멘토나 커뮤니티 등이 필요하다. 개발이 편안~해진 상태라면 성장이 멈췄다는 신호다.
쉽게 썼지만 단 4글자에 불과한 ‘많이 한다’가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인정.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을 못 이긴다는 말이 있다.
개발을 좋아해 보자.
비록 선순환 고리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아니었지만, 의지로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스스로에게 계속 암시를 주는 것도 좋다.
계속 암시를 주면 진짜인 줄 안다. (인지적 편안함)
거짓을 믿게 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반복이다.
나는 개발이 너어어어어무 좋아!
- 어려운 버그를 만나면, 이런 버그는 몇 사람 못 만났을 껄? 내가 잘 정리해서 포스팅해봐야지.
- 새로운 모듈을 검토해야 하면, 와 내가 라이브러리를 뜯어보는 경험을 다 하네. 많이 컸는데!
- 서버가 죽으면, 드디어 때가 왔다, 드디어 내가 서버를 죽이는 트래픽을 처리해 보는구나.
개발은 내 맘에 달렸다.
개발, 잘할 수 있다. (웬만한 수준까지는.)
* Cognitive ease (인지적 편안함)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사람의 인지체계에 대해 쓴 책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에 나오는 개념 중의 하나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본 책이라, 세상 사람들 다 읽으셨으면 해서 리뷰도 했다.
영상 1편에 인지적 편안함이 나온다. (총 10편의 영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q78gQzDl2Jw&list=PLXYuWBt2rozxOXlCpxYjzAxyhthi9QaF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