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이유식이 만든 우리 집 요리사

너는 행복하다 답했어

by 초록테이블

1부.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정 내 분업과 협업이 중요하다는 걸 매번 느낀다. 처리해야 하는 집안일이 누구 한 사람에게 몰린다면 기분도 기분이지만 체력이 안 받쳐준다. 온 가족이 달라붙어서 해야 그나마 멀쩡하게 유지가 되더라. 모두의 에너지를 골고루 사용하고 고르게 비축하기 위해, 오늘도 남편은 요리를 하고, 나는 빨래를, 아이는 테이블을 정리하고 바닥을 청소기로 밀었다.


우리 집의 메인 요리사는 남편이다. 특정한 하루의 영향으로 자리 잡게 된 역할이다. 그날은 바로 아이의 첫 번째 이유식을 만드는 날이었다.


남편과 나는 둘 다 조금은 흥분했던 것 같다. 우리가 만드는 요리가 아이의 입에 들어간다는 생각에 시장에 가서 가장 예쁘고 신선해 보이는 채소와 평소에 우리 입에는 넣지도 않는 최상급이라고 하는 소고기를 아이 주먹만큼 사 왔다.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동원해 뽀득뽀득 씻어 가지런히 도마 위에 올렸다. 그리고 내가 칼질을 하는 순간, 악, 피가 나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야 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상처가 깊어 나는 놀라서 멍해졌고, 남편은 화가 잔뜩 났다. 왜 칼질을 하는데 손가락을 펴냐,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니지 않냐, 이럴 거면 앞으로 칼질하지 마라, 앞으로 음식은 내가 한다… 흥분하여 잔소리를 총알처럼 쏘아댔다. 결국 아이의 첫 번째 이유식은 내가 채소만 씻고 그 이후의 썰고 다지고 끓이고 젓는 모든 과정은 남편이 최종 완성했다. 보드랍고 따뜻한 음식이 말랑한 실리콘 숟가락에 올려져 아이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오물오물. 아이는 너무나 맛있게 잘 먹었다! 우리는 기쁨에 벅차올랐고, 아무래도 기쁨의 크기는 직접 만든 남편이 더 컸을 거다.


그렇다. 아이가 너무나 맛있게 먹는 바람에 남편의 요리에 대한 의욕과 열정은 점점 끓어올랐고, 그 이후로 우리 집의 메인 요리사가 된 것이다. 시작은 이유식이었지만 이제 아이는 아빠에게 온갖 요리를 기대한다. 고기를 갈아 넣은 김치전과 미디엄레어 굽기의 스테이크, 연어초밥을 요청한다. (TV에서 셰프들이 다양한 요리를 보여주는데 때로는 이것이 숙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에게는 카레라이스와 당근라페 김밥, 짜장밥을 요청한다. 써놓고 보니 머쓱하다. 그래도 엄마가 만든 카레가 인생카레라고 했고, TV에 출연하는 중식여신이나 이연복 셰프의 음식(을 맛보지 않았지만) 보다 엄마의 짜장이 더 맛있다고 했다. 나는 이걸 지금 자랑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자연스럽게 각자의 역할이 나눠졌고 이것은 생활의 균형을 넘어서 가족 간 빈자리를 느끼게 하는 귀한 계기가 되었다.


치앙마이의 음식은 모두 맛이 있었다. 우리 둘은 원래도 특정 식재료나 음식을 가리는 편이 아니지만, 놀랍게도 아이는 고수도 똠양꿍도 권하면 권하는 대로 맛있게 잘 먹었다. 여행의 힘인지 그 나라의 음식을 그 자체로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서 놀랐다. 그리고 더 놀라웠던 것은 뭘 먹을 때마다 아빠 얘기를 한다는 것이다.

“엄마, 이거 아빠가 먹으면 좋아했을 것 같아.”

“이 정도는 아빠가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빠도 같이 왔으면 좋았겠다. 이거 맛있는데 한국에 못 가져가지?”

“솔직히, 아빠가 이거보다 요리 더 잘함.”


남편이 옆에서 듣고 있었다면 분명 눈물을 흘렸을 거다. (남편은 가족의 일에만 특히 잘 감동하는 사람이다.) 나중에는 내가 “너 아빠가 그렇게 보고 싶으면 다음에는 아빠랑 둘이 여행 가.” 하고 핀잔을 줬을 정도다. 요리라는 행위가 아이에게는 그저 음식을 먹고 끼니를 때우는 것 이상이라는 사실에, 남편이 가족을 위해 십 년간 열심히 요리를 한 것이 더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졌다.


오늘 저녁 메뉴는 내가 만든 제육볶음이다. 자신이 없지만 자신이 있는 척 당당하게 펼쳐 보일 것이다. 부족한 요리라도 제발 맛있게 먹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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