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장면

여행기록_나에게 돌아가는 길

by 초록테이블

7시 알람이 울렸는데 몸이 무겁고 눈이 잘 떠지지 않는다.

'어제 오래 걸어서 그런가? 맥주를 마신 탓인가? 자기 전에 머리카락을 바짝 말리지 않아서 그런가? 에어컨 바람을 많이 쐬서 그런가? 뻐근한데 스트레칭을 대충 해서 그런가?'

쓰다 보니 이유가 될만한 것이 많다. 되게 뭘 많이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다.


9시가 되어서야 호텔에서 겨우 나왔다. 조식은 숙소에서 걸어서 14분 거리의 오믈렛집을 찍어두었다. 이름은 ㄅㄆㄇ古早味粉漿蛋餅菜頭粿專賣店. 구글맵에서 '조식'으로 검색해서 찾아냈다. 대만식 오믈렛이라는 이 음식은 전분가루 같은 걸 섞어서 부친 계란말이 느낌이다. (요알못입니다.) 한자로 쓰인 메뉴판을 찬찬히 본 후 야채오믈렛(쑤차이딴삥)과 콩물(또우장)을 주문했다. (50 TWD + 20 TWD) 내가 말하는 것을 듣고는 외국인인걸 바로 알아차렸는지, 말을 천천히 친절하게 건넨다. 여자 사장님은 주문받은 음식을 만들고, 남자 사장님은 자리를 안내하고 선풍기를 틀어 내 얼굴 쪽으로 옮겨주었다.


빠르게 만들어진 오믈렛은 따끈하고 퐁신퐁신한 것이 너무 맛있다. 기분이 마구 좋아진다. 게다가 겉바속촉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맛이 입에서 맴돈다. 아. 잊고 싶지 않아. 여자 사장님이 나에게 눈짓을 보내며 맛있는지 묻는다. 나는 엄지를 들어 올리며 맛있다 답했다. "팅 하오츠!(아주 맛있어요)"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음식을 포장하러 온 손님이 사장님과 담소를 나눈다. 말끔하고 단정한 모습의 주인과 강아지다. 사장님은 이야기 중에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소개했고, 덕분에 나는 손님과도 인사를 나눈다.

"니 하오! 워쓰 총 한구어 라이더.(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왔어요)" 손님은 나에게 반갑다고, 대만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밝은 목소리로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낯선 사람으로부터 이렇게 환대를 받은 적이 있었나 생각해 본다. 조금 뭉클해졌다.


"사장님, 여기 오믈렛이 제가 가오슝 와서 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맛있어요. 우육면 보다도 맛있고 빙수보다도 맛있어요."

어설프지만 또박또박 내뱉은 나의 인사를 듣고, 우리 네 명은 서로를 보며 활짝 웃었다. 내가 여행에서 바란 건 어쩌면 이런 장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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