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록_나에게 돌아가는 길
둘째 날 밤이다. 노트를 펴고 첫째 날처럼 좋아하는 것을 적어본다. 빨간색으로 질문을 쓰고, 낮에 SKB에서 산 펜을 손에 쥔다. 가볍게 미끄러지며 잉크가 새어 나온다. 좋아하는 것들을 13번까지 쭉쭉 적어 내려갔다.
오늘도 좋아하는 것을 찾았나요?
나는 무엇을 좋아하나요?
1. 맘에 드는 펜 사는 거 좋아하네! 바로 이것. 타이완에서 찾은 0.05mm. 더 살걸 그랬나? 3자루는 적나? 한 자루에 1,838원인데...
2. 받을 사람을 떠올리며 선물 고르기. 카발란과 소룡포 음료주머니, 펑리수. 다들 좋아하면 좋겠다.
3. 사람들이 중국어 잘한다고 칭찬해 주는 것. 칭찬을 받는 것도 기분 좋고, 굳이 안 해도 되는 칭찬을 전해주는 고운 마음이 좋다. COSMED 직원은 정말 그냥 계산만 하는데도 칭찬을 했다. 나도 더 친절해지고 싶다.
4. 맛있는 빵 좋아하네. 빵을 안 좋아하는 게 아니었음.
5. 흑당밀크티도 좋아하네. 想見你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마셔서 그럴지도.
6. 우육면에 들어간 부드러운 소고기 좋아하네.
7. 굳이 유명하지 않은 집에 들어가면서, 스스로 약간의 틀에서 벗어난 것 같은 기분이 좋은 것 같다.
8. 달리기 좋아하는 듯. 더 잘하게 되면 더 좋아하게 될 듯. 밤에 비 맞으며 뛸 때는 몸이 꽤 가벼워서 놀람.
9. 햇살 받으며 걷는 것 좋아함.
10. 의미가 부여되는 선물을 좋아한다. 펜에 단어가 쓰인 것을 보고는 참지 못함. 참지 않음.
11. 초록초록한 풀, 나무, 그리고 높은 하늘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보다 보니 사진 구도가 모두 비슷하다.
12. 이국의 건물들과 정취를 좋아한다. 색감과 널려있는 빨래와 쨍한 날씨가 만나서 싱그럽게 느껴진다.
13. 별 필요 없는 거 사지 않는 것. 니치키링 사지 않은 것 만족. 사지 않은 나를 칭찬함.
좋아하는 것을 한가득 노트에 채우고 나니, 내가 나를 꽈악 안아주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도 수고했고 잘했고 사랑...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