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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도 내 의지가 이겼다. 5시 45분에 맞춰둔 알람, 아니 진동이 울렸고 나는 습관처럼 으으~ 앓는 소리를 내며 이불을 당긴다. 당기는 동시에 나에게 말을 건다.
'일어날 수 있겠지?'
'속이 불편한 것도 같고, 너무 추운 것 같기도 하고, 어깨도 뻐근한데......'
'달리고 오면 속 불편한 건 나아질 거고, 달리면 안 춥고,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해야 안 뻐근하지.'
'알았다. 졌다 졌어.'
매일 아침 의지와 욕구가 충돌하는 대화가 오간다. 그래도 11월부터는 의지가 이기는 날이 훨씬 많았다. 이기는 날이 많아지면 이기기가 더 쉬워진다.
연말이라서 그런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습관인지 가만히 있으면 불안과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내가 뭔가를 덜하고 있는 것 같고, 부족한 것만 같다. 불분명한 무언가, '뭔가'라고 불리는 이것저것. 형체가 없고 끈기도 없는, 중구난방으로 튀어 오르고, 먼지처럼 여기저기 슬쩍 앉아있는 것들이다. 분명하지도 않은 것이 나를 불안하게 하기에 그것을 떨쳐버리기 위해 일단 아침 일찍 일어난다.
달리거나, 못하겠으면 요가를 하거나, 그것도 못하겠으면 영어어플을 켠다. 내 에너지는 내가 하루를 시작하는 것 쪽으로 이동한다. 에너지를 이동시킨 덕분에 조금 잠잠해진다. '지금 꽤 괜찮군'하는 마음이 자리를 잡으면, 그 마음이 하루를 우직하게 끌고 간다.
오늘 아침에도 어두운 하늘을 보며 길을 나섰다. 겨울의 오전 6시는 주변을 다 삼킨 듯 어둡다. 기모가 들어간 티셔츠와 바지, 그 위에 모자가 달린 외투와 장갑을 걸친다. 어깨와 발목을 돌리고 종아리와 허벅지를 스트레칭한 다음 제자리에서 살살 뛰어본다.
나를 조심스레 달랜다.
'힘들지 않게 천천히 뛰어도 돼.'
1km를 넘긴다. 그다음부터 내 몸은 같은 속도로 뛰는 것 같은데 페이스는 조금 빨라진다. 다시 달린다.
'힘들면 3km만 뛰어.'
3km에 도달했다.
'좀 더 뛸 수 있겠어?'
너그러움에 혹해서 좀 더 달린다. 장갑을 꼈지만 손은 여전히 시리고 발가락은 동상에 걸린 것 같이 아린다. 얼굴에는 땀이 맺혀 손수건으로 얼른 닦아낸다. 4km를 넘기고 나면 이제 마무리라는 생각에 몸이 한결 가볍다. 그렇게 5km 도달.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 사위가 어둑하니 괜히 스스로가 더 대견한 기분이 든다.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진다. 진짜 살아있는 기분, 에너지가 팡팡 솟구쳐 나오는 것 같다.
러닝을 왜 하냐고요?
제가 평화로우려고요.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