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슬기로운 유배생활 in Michigan

by 마이너리거

아침 다섯시 반에 알람을 설정해놓았다. 잠이 덜 깬 채로 눈을 감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으면 10분 뒤 알람이 다시 울린다.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도시락에 넣을 과일을 씻고 보리차를 끓이고 커피를 내린다. 영어공부 컨텐츠를 틀어놓고 아침으로 먹을 반찬 한두가지 쯤을 하고 도시락을 싼다. 아이들이 7시쯤 일어나면 아침을 주고 옷을 챙기고 가방과 도시락을 챙겨 서둘러 아이들을 보낸다.

아이들이 가고 나면 아침밥 먹은 것을 정리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 로봇청소기가 청소할 수 있게 바닥을 치워주고 식기세척기를 돌려놓고 우편함을 들여다보고 출근을 한다.

출근을 하면 비로소 조금 앉아서 쉰다. 아침 인사를 하면 몇몇이 루틴처럼 인사를 길게 하는데 인사라기 보단 수다에 가깝다. 매일봐도 매일 할 이야기가 많다. 하긴 매일보니 요약본 없이 매일의 이야기가 업데이트 된다.

점심을 먹지 않고 퇴근하기 때문에 배가 고프다. 회사에서 집까지 오는 길에 마트가 두세군데 있다. 거의 매일 장을 보는데 거의 매일 살 것이 생긴다.

집에 오면 3시.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 요기를 하려고 하다보면 오기가 생기기도 한다. 내가 밥도 못 먹고 이 지랄을 하려고 회사를 다니고 집안일을 하나 싶어 오기로 막 비싼 걸 먹기도 한다. 비싼거라고 해봤자 한국에서 가져온 고추참치나 한국마트에서 산 비빔면에 계란을 넣어먹는 정도이다.

먹은 걸 소화시키키도 전에 아이들 스쿨버스가 온다. 그때부터 주부모드 다시 On. 밥을 하고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그 와중에 아이들에게 계속 소리치고 있다. "빨리 해!"


바쁠 것도 없이 바쁘고, 하는 것없이 피곤하다.


한국에서도 이랬던가... 그 와중에도 엄마에게 말씀드리면 1-2주에 한번정도는 친구들이나 직장동료들과 어울려 외식을 할 수도 있었고, 아이들을 재우고 엄마나 올케와 맥주한잔 하는 재미도 있었더랬다. 아이들 재우고 드라마도 보고 책도 봤던 것 같다. 먼 옛날처럼 추억해야만 떠올릴 수 있는 나의 자유시간.


미국에 가면 영어공부를 빡세게 해서 테솔 자격증 하나 정도는 가져와야지, 여유없어서 못 읽은 책 다 읽고 와야지. 매일 매일 운동해야지. 아이들에게 상냥한 엄마가 되어야지. 한국에서 앉아서 다짐했던 것들은 현지에서 바쁜 일상에 모두 묻혀버렸다.


나는 여유가 없고 아이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미시건이 겨울인가보다. 우울한 생각만 자꾸 드네. 여름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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