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야밀스타인/맥스달튼/미셀들라크루아/미스치프/후이지로세이지
2024년 기록 : 전시 12월
하. 길었네요. 드디어 라스트 댄스.
이 3개의 전시를 2주 사이에 순서대로 다녀왔었다.
세분 모두 정말 감탄스러운 분들어있지만 [미셀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전시 때 살짝 다른 느낌을 받았는데 집에 오는 길에 무엇인가 생각해 봤을 때 그것은 질감의 차이라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일리야 밀스타인(90년생)과 맥스달튼(75년생)의 작품은 대부분 archival pigment print로 만들어져 있었고, 미셀 들라크루아 (39년생)의 작품은 대부분 아크릴화였다.
물론 시대의 다름이 있고 프린트 방식이 얼핏 보면 프린트인가 싶을 정도로 놀랍지만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전시를 연이어 본 까닭으로 더 명확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파리의 아름다운 일상의 풍경들을 섬세하게 하나하나 붓으로 그려진 그 질감이 오롯이 느껴지는 것에서 오는 감동은 또 달랐다. 적어도 내게는 그러했다.
게다가 그 많은 작품마다 넘쳐나는 낭만적인 풍경은 기분을 포근하게 만들어 주었다.
타닥거리는 벽난로 앞에서 뜨거운 차를 호호 불어 마시며 창밖으로 쏟아지고 있는 함박눈을 보는 듯한 따스하고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막바지에 알게 되었는데 9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다작 중이시더라. 그걸 알고 돌아가서 최근 작품들을 다시 보았는데 전혀 흔들림이 없어 다시 한번 놀랐다.
이 놀람이 2024년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일리야 밀스타인 : 기억의 캐비닛
한 줄 후기 :디테일이 반짝이는 맥시멀리즘은 보는 즐거움도 MAX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나 호주 멜버른에서 자랐으며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맥스달튼 : 영화의 순간들
한 줄 후기 : 좋아하는 것이 가득한 파티에 다녀왔다.
웨스 앤더스 감독 팬인 나는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을 보는 것만으로 설레는 발걸음이었다. 작가가 펼쳐놓은 갖가지 영화, 작가, 문학에 대한 시선은 즐거우면서도 늘 생각만 하고 있는 나를 다시 보게 하기도 했다.
미셀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한 줄 후기 : 보는 내내 그저 따스하고 따스하다.
"1930년대 후반은 모두에게 '아름다운 시절'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이었으니까요. 물론, 저에게도 역시 아름다운 시기였습니다. 저는 행복한 어린아이였거든요. 행복한 어린 시절을 살았다는 것은 제 인생 최고의 시작이었습니다. " 미셀 들라크루아
MSCHF : Nothing is sacred
한 줄 후기 : 천.. 천재들! 동시대 아티스트들은 이런 작업을 하는구나.!!!
한두 번쯤 들었던 이름이고 대림미술관에서 한다기에 그냥 갔다가 뒤통수를 몇 번이나 맞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저 당연하다고 여겨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과감하게 싹둑 잘라 사고를 재창조한다.
장난기가 가득 담겨있는 작품들은 재밌으면서 진지하고 대범하고 무척 영리하다. 그 영리함이 넘사벽이지만 진심 부럽다. 갖고 싶어!!!
그들의 다양한 작품소개는 이곳에서
https://youtu.be/7 K0 V06 B2 Z-8? feature=shared
https://www.daelimmuseum.org/exhibition/current/PRG202309220002
후지시로 세이지 탄생 100주년 기념 : 오사카 파노라마 전
한 줄 후기 : 장인이 수놓은 아름다운 파노라마.
그림자 회화. 밑그림을 그리고 잘라 셀로판지 같은 조명필름을 붙이고 그 뒤에서 조명을 비춰 색감과 빛, 그림자로 표현하는 장르로 작가분은 본래 화가셨지만 태평양 전쟁 이후 물감을 구하기가 어렵던 때 골판지와 전구를 이용해 작업하며 이 그림자 회화 (카게에)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전통 카게에와는 다르게 움직이는 그림자극 작품을 만드시다가 40대 이후에는 그림자회화에 주력 중이시라고 한다.
심지어 한국 개인전을 위해 선녀와 나무꾼을 새로 제작하셨다고 하니 '대단'이란 단어를 쓰는 것도 죄송하다.
태평양 전쟁이라니 감각이 둔해진다. 2024년이 100세셨으니 40대 이후라고 60년 동안 그림자회화를 하셨고 (반세기가 넘어간다) 태평양전쟁이 1945년 일본의 항복으로 끝났으니 약 78년 동안 종이를 오려오신 것이다.
쓰면서도 멍해지는 것이 너무 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얼다.
나도 종이를 오려내는 작업을 꽤 자주 하는 편인데 특히 몇 해 전 영상배경 및 설치작업을 위해 몇 날며칠 낮밤을 올려내기만 했을 때 손목과 손가락의 일부를 잃었다. ㅎㅎㅎ
전시 작업 영상을 보니 면도날을 쓰시던데 장인은 다르시다.
https://youtu.be/6 sozeyLLnGw? feature=shared
2025년 올해. 이미 2월 2일이지만. 월간으로 기록하는 것으로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