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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에스트로겐 너 어어어.

by 그린제이

작은 틈으로 스며드는 불안을 어찌할까.

큰일이 아니어서 더 애매하게 만드는 부분이 없지 않다.

한 반년 넘게 출혈이 심하고 출혈이 심하니 빈혈이 심해지고 결국에는 길거리에서 어지러움에 놀라 병원에 갔더니 빈혈수치가 수혈수치에 다다랐다. 그것이 올 1월.

그러다가 최근, 보험료 관리를 해볼까 해서 병원을 갔다가 근종들이 또 여러 개 자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아...


6년 전쯤, 수술을 했었다.

몸에 이상이 있기는 했으나 정말 미친 듯이 바빴기에 그저 피곤해서 그러려니 했었는데 주변사람들 성화에 병원을 갔다가 자궁에 근종이 여러 개, 게다가 커서 당장 수술해야 한다는 말에 휘뚜루마뚜루 수술을 했다.

그때 정말 바쁜 시기여서 수술을 미루려 하던 나를 의사 선생님이 너무나 어이없어하셨던 기억이 난다.

" 지금도 사이즈가 큰데 더 크면 개복해야 해요. 이 분이 겁이 없으시네. "

주변인들도 꽤 많이 했던 수술이라 그다지 긴장은 하지 않았었다. 정말 별생각 없이 수술받음.

사이즈가 커서 회복이 조금 더디긴 했으나 미뤄진 일정들을 소화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은 지나갔다.

그래도 전신마취에서 깨어나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정말이지 이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 기분 진짜 너무 싫었어. 게다가 계속 잠들려고 하는 나를 깨우느라 여러 명 고생시켰었지.


그렇다.

그걸 다시 해야 한다니.... 미묘한 짜증이 났다. 진짜로? 또? 싶었지.

진단을 받은 병원부터 가까운 곳에 있는 대학병원과 전에 수술을 받았던 대학병원까지 모두 다녀온 후에야 그나마 마음정리가 되었다. 다 같은 이야기를 하니깐 오히려 심플해졌다. 물론 암은 아닐 줄 알았다. 그러기엔 너무 포동포동해지고 있었지. 내가. 후후


그럼에도 한동안 평정심을 내내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괜찮은 듯했다가 괜찮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었다. 가까운 이들에게도 말을 아꼈다.

별것 아닌데 이야기까지 했다가는 별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아서였다.

수술날짜까지 잡으니 마음의 물결이 잔잔해진다.


근래에 가장 많이 했던 생각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다.

굉장한 행운은 없어도 좋으니 (물론 생기면 더 좋지만 ㅎㅎ) 너무 불행하지 않기를.

그저 평온하게 하루하루 보낼 수 있기를.

1일 1 그림 한 장씩 그리는 삶이 지속되기를.

그런데 그걸 깨뜨리려는 일이 발생을 하니 적잖이 속이 상했던 모양이다.

미묘하게 짜증이 났던 건 그것이 이유일것이다.


이제 다시, 또.

슬기로운 브런치 생활.


마음을 잡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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