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일. 내가 생각하던 남미는 편견이었다.
요 며칠 과거의 오늘에 브라질 갔던 사진들이 올라옵니다. (무려 9년 전)
그래서 정리 겸 추억 먹기 :) - 브라질 이야기 첫 번째.
지금까지 브라질을 세 번 다녀왔는데요.
2012년, 2013년, 2017년
정말 너무 먼 그곳. 정말 처음 갔을 때는 장장 36시간이나 걸려 갔었는데
유난히 경유도 길고 비행기도 별로여서(그 항공 타고 싶지 않아요.... 유나.. 쉿!) 더 힘들었던 기억이...
그곳을 세 번이나 다녀올 줄은 몰랐네요 ㅎㅎ
물론 여행이 아니라 일로써 다녀온 것이라 매우 협소한 바운더리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첫 여행 때 매우 귀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제 개인적인 삶의 태도에 영향을 준 그런 경험이죠.
2012년 브라질 때는 상파울루와 해시 피 두 도시를 가게 됩니다.
처음 브라질 가게 된 것이 결정 났을 때 얼마나 설렜는지 모릅니다.
남미 정말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였거든요.
열정적인 색들로 가득한 그런 풍경이 제 뇌에 입력되어 있었던 같습니다.
두둥.
그러나 부루마블에서만 보았던 그 상파울루에 도착했을 때의 기분이란.
'응? 여기가 남미인가? 흠? 내가 상상했던 도시가 아닌데.' 대충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제가 상상하는 남미는 그곳에 없었고,
리우 삼바축제 정도 가야 느낄 수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죠.ㅎㅎ
게다가 대도시는 치안이 매우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조금 겁을 먹은 데다가 현지 분도 치안에 매우 강조를 하시고 심지어 호텔 주변 경찰분들은 정말 마주 보이는 양갈래 길을 가리키며
'저쪽은 매우 위험하니 낮에도 지나다니면 안 된다. 혼자서 다녀서도 안되고 카메라 같은 것도 목에 걸고 다니면 안 된다. 스마트폰도 바깥으로 들고 다니지 마라 '라고 하셔서 더 무서웠어요.
그래도 하루 지나고 이틀 지나니 위험한 곳만 아니면 다 사람 사는 곳이구나 싶어 지더군요.
일로 갔으니 일을 해야죠. :)
상파울루의 어느 야외 공원에 공연을 하러 갔습니다. (배우는 아닙니다.ㅎㅎ)
특히 빈민가는 치안이 더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 잔뜩 긴장한 채 공연 준비를 했습니다.
저희가 셋업을 하고 있는 데 그 동네 친구들이 구경을 하거나 공원에 있는 나무의 열매(오렌지)를 따러 오기도 했습니다. 굉장히 신기한 듯 저희를 지켜보고 있었지요.
그때 현지 관계자분이 그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이곳은 상파울루에서도 상당히 소외계층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여기 아이들은 태어나서 공연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울컥하더라고요.
인생에서 첫 경험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잖아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연이 우리 공연이라니. 세상에나.
저녁 공연을 낮에 야외 셋업을 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입니다.
자연광으로 인해 조명작업을 하기 너무나 어렵거든요. 아아..
하지만 최선을 다합니다. 물론 어느 때고 최선을 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의 첫 경험이 다만 즐겁기를 바라며,
그래서 그것이 그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주길 바라게 되더라고요.
저녁 공연 때는 많은 가족들이 찾아와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그들은 신기한 듯 즐겁게 보고 웃고 울며 관람하고 마지막에는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빈민가가 치안이 더 안 좋다는 말에 긴장을 잔뜩 했었지만 그런 일은 없었어요.
지구 반대편에서 온 사람들이 보여주는 공연에 그저 따뜻한 박수만 가득 주었습니다.
내가 보여주는, 우리가 보여주는 어떠한 것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풍경과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떠올리곤 합니다.
굉장히 즐겁고 멋진 브라질 축제에 갔던 이야기는 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