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일. 의외로 '다음'이라는 것은 없다.
'다음에'라는 말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흘려보내고 있을까요?
얼마 전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이것이 주제가 되어 다시 한번 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다음에'라는 말 꽤나 많이 사용하죠.
언제나 '다음'이 당연한 것처럼...
하지만 의외로 '다음'이라는 것은 굉장히 불분명합니다.
저는 오래전에 이 '다음'이란 것이 얼마나 불분명한지를 슬프게 배운일이 있습니다.
알바를 하며 알게 된 언니가 있었어요. 저를 참 이뻐해 주면서도 일에서는 매우 원칙적인 멋진 분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배웠고 그 일을 그만둔 후에도 자주 만났었지요.
그러다가 점점 서로가 바빠지고 만날 날을 한주 한주 미루던 상황이 생겼습니다.
한 번은 제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다음으로
한 번은 언니가 일이 생겨서 다음으로
그렇게 약속이 한 달쯤 미뤄졌던 어느 약속 날.
감기 기운이 심하고 몸이 조금 안 좋다 하여 그렇게 약속이 또 미뤄졌습니다.
'다음 주에는 꼭 보자!'
'그래요. 푹 쉬고 얼른 나아서 다음 주에 만나요'
그리고 그다음 주에 들은 건 언니의 부고 소식이었습니다.
암이었고 약물치료만 해도 된다는 의사의 오진으로 인해 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 급작스럽게 악화되어
너무나 허무하게 떠나버렸습니다.
정말 많은 후회를 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 왜... 왜...
그렇게 당연하게 다음 주면 만날 수 있다고 여겼을까? 라며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물론 이 일을 겪은 건 아주 오래전이고 한동안은 굉장히 이것에 대한 상기를 자주 했었지만
여전히 '다음'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사람에 대해서는 꼭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면 항상 이 일을 떠올려 미루지 않으려 합니다.
삶에는 엄청나게 많은 '다음'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음'을 당연하게만 여기지 않는다면
좀 더 명쾌하게 심플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너무 많은 것들을 ‘다음’에 흘려보내지 않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