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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제이 Jun 29. 2024

옆 구르기 하면서 살짝 봤습니다.

덴마크

저에게 덴마크는 완성되지 않은 조각처럼 남아있습니다.

옆 구르기 하며 대충 곁눈질로 덴마크를 보고 온 느낌이랄까요? ㅎㅎ


처음 덴마크를 간다기에 두근두근거렸습니다. 북유럽은 처음이었거든요.

우리를 실은 버스가 도심을  지나 어느 순간 나무 밖에 보이지 않는 곳을 한참 달릴 때까지만 해도 말이죠.

덴마크 하면 알고 있던 코펜하겐은 버스로 스쳐 지나가듯이 안녕하고선 체감상으로 경기도 어디쯤의 소도시 (프레데릭순)가 본 목적지였어요.

물론 풍경도, 가끔씩 보이는 집들도 좋기 했지만요 너무 들판만 나와도 애석한 법이랍니다.


숙소는 멋진 들판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었습니다. 하하하.

(나중에 알고 보니 밖에서 뭘 찾지 않아도 될 만큼 훌륭한 컨퍼런스 센터였지만 대부분 일정이 아침에 나가 저녁에 돌아와 취침의 패턴이라 자세히 살펴볼 겨를이 없었네요. 찾은 곳이라곤 아래층의 포켓볼장과 맥주 자판기정도? ) 잘 보면 저기 머얼리 건물이 있는 것도 같아 보였습니다만  ㅎㅎ 주변 1km 이내에는 무엇도 없는 것 같아요. 덴마크에 간다고 설레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숙소 내부
어쩜 커튼도 예쁨. 무심히 달려있는 조명과 지하 자판기에서 뽑아온 맥주들.



1.

일 하다가 점심 식사 후 산책 겸 동네를 살짝 돌 때면 집 창문의 커튼들이 활짝 열려있어 바깥에서 내부가 너무 잘 보여서 괜찮은 건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그 부엌들이 아기자기하게 너무 이뻤지만 차마 찍을 수는 없었어요.남의 집을 도촬 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제가 위에 디자인의 나라라는 언급을 했습니다만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모르셔도 보신 적은 있을 일명 ‘루이스 폴센’ 조명이라 불리는 이 등이 동네집들 부엌에 거의 달려있더군요. 마치 우리나라 어느 집에나 있는 형광등처럼 말이죠. 제가 가정집 부엌을 찍지는 못했지만 저희가 머물던 숙소 복도 한쪽에도 달려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그 조명을 대하는 간극이 느껴져서 상당히 재미있었어요.

무엇보다 디자인에 대해서 진심(?)을 느낀 것은 동네슈퍼를 가서였는데 보통 노끈이라던가 그런 공산품들은 예쁘지가 않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조차 예뻐요. 물론 이것은 아주 사적이긴 하죠. (보통 노끈의 이쁨을 논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ㅎㅎ)

예전부터 저는 그런 궁금증이 있었거든요. 이왕 만드는데 좀 더 예쁜 색을 쓰면 안 되는 걸까? 비용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는 걸까? 요즘에는 싸면서 이쁜 것들이 아주 많아지긴 했지만요. 그런데 덴마크 동네슈퍼 노끈은 색깔도 이쁘고 박스테이프도 이뻐요. 그래서 샀습니다. 동료들도 의아해했지만요.


2.

덴마크가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라고 알고 있잖아요. (체감상으로는 아주 많이 느끼지는 못했습니다만.)

동네슈퍼 입구와 계산대 근처에 작은 꽃다발과 화분들이 가득합니다.

우리나라 계산 전에 ‘하나 집어 들고 가시죠’이런 느낌으로 진열된 제품들 있잖아요.

딱 그런 느낌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들 물건을 사고 사탕이나 껌 사듯 꽃다발이나 화분 등을 함께 사 가는 자연스러움이 참으로 사랑스러웠습니다.

슈퍼에 와서 대충 몇 가지의 물건을 사고 꽃을 덤으로 사서 가는 모습에서 소소한 행복이 보이더라고요.

어디서든 입구에 꽃들이 있다.

3.

덴마크에서는 돌아다닌 곳이 매우 한정적이었지만 찾아보니 뭔가 자질구레한 것들을 많이 들고 왔네요.

어찌 보면 실용성 있는 물건이 제일 많은 편인데도 사실 기념품 사용은 잘 안 하지만 박스테이프 한 개는 거의 썼고 촛대도 꽤 사용을  했는데 초 사이즈가 애매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덴마크를 다녀온 뒤에 덴마크에서 만났던 가성비 좋은 디자인소품샵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이 국내 입점한 것을 보고 초를 살 수 있겠다는 반가움이 일었던 기억도 나네요.

박스테이프는 '플라잉 타이거 코페하겐' 에서, 노끈은 동네슈퍼 ^^ (2015년)
'Hastal' 촛대와 아마 공항에서 구입했을 마그넷, 스노우볼, 나무 조각 말.



그리고 기억해보는 컷들.

한 접시에 거의 2만원 이상 했던 햄버거. 비싸 비싸
덴마크 극단 '바티다' 초대 받고 갔었던 그들의 멋진 공동체 공간. (모든 공간들이 예뻤지만 정보가 가장 적을 곳들만 ㅎㅎ)


일은 숙소에서 차로 20분쯤 떨어진 프레데릭순의 중심부(?)였는데 무척이나 코지한 느낌의 살짝 시골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거리에 사람들도 많지도 않았어요. 인구밀도가 낮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버스정류장 (옆으로 보이는 지층은 빈티지 샵)
이런 곳에 한번 묵고 싶다. 내부가 너무 궁금하다


서울로 돌아오던 날 코펜하겐을 지나치며 버스안에서 찍은 'TIVOLI' 세계 최초의 놀이동산이라고 하는데 정말 당장 내려서 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지나쳐 갈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인연.

이 아쉬움이 언젠가 코펜하겐으로 저를 다시 이끌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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