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지현 Jul 09. 2024

09. 암 경험자의 삶 (2)

암 진단 이후의 삶 이해하기 (2) 청장년

[오케이 한방병원 한의사 오지현입니다]


암 경험자의 건강 관리 08화에서는 삶을 막 꽃 피우기 시작하는 소아청소년 시기에 암 진단을 받은 암 경험자의 삶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들은 어린 나이에 힘든 수술과 치료를 이겨낸 뒤에도, 통증, 피로, 불안, 혼란, 편견 등 여러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상황을 개선시키고 성장의 계기로 삼아 나아갑니다.


이번에는 청장년기에 암을 마주한 암 경험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았습니다. 20-39세를 젊은 암 생존자(Young adult cancer survivors)로 따로 나누기도 하지만, 이번 브런치북에서는 중년기까지 묶어 큰 경향성만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직접 느꼈던 이 시기 암 경험자의 큰 특징은 자녀와 직장에 대한 걱정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섯 편의 질적연구를 통해 조금 더 들여다보도록 하지요.




1. 부모로서의 자아

미혼이거나 아이가 아직 없는 암 경험자들은 암 치료로 인해 아이를 갖지 못할까 봐, 혹은 유전성이 있을까 봐 걱정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고액의 난자 냉동술을 하기도 하고, 임신과 출산에 대한 계획을 내려놓기도 합니다. 자녀가 있는 암 경험자들은, 자신이 암에 걸렸어도 자녀에 대한 모성과 부성은 한순간도 내려둘 수 없습니다. '저는 딸 때문에 더 살아야 합니다'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빌면서, 죽음 그 자체 보다도 자식 홀로 두고 떠나게 될까 봐 두려워합니다. 어린 자녀가 '죽음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기 시작했다(Mortality is a bit of a real thing and I think that there's been, she's starting to kind of get a little bit of grasp with that)'며 자신의 치료 과정으로 어린 자녀가 불안에 떨까 봐 걱정합니다. '아이가 그럴 줄 몰랐는데 내가 암을 겪는 동안 엇나가는 게 백만 배 더 스트레스(I never would have suspected he would be a kid like that, but that is what is happening and it's just like all happening around the same time as this cancer stuff, which is honestly a million times more stressful)'라며  사춘기의 자녀가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해 잘못된 길로 빠져들까 봐 마음 고생하기도 합니다.


2. 직장인으로서의 자아

성인이 되어서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 하던 업무에 차질이 생기거나 다니던 직장을 잠시 쉬어야 합니다. '수백 개의 팀이 있고 큰 조직이기 때문에 나 들어갈 데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안 난다'면서 복직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지요. 복직 이후에도 문제입니다. 수술 이후의 항암이나 치료 과정에서도 병원 진료와 평일 근무 시간이 겹치는데, '저 아프니까 휴가 더 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라며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지요. 물리적인 시간의 문제뿐이 아닙니다. 피로나 통증이 지속되므로 계속 예전처럼 바쁜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하고, 암과 관련된 인지기능의 문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회의나 미팅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놓치게 된다(I often have meetings or conferences and then I just lose part of what's going on, because my focus is gone)'거나 '예전에는 쉽게 했었던 것들이 더 이상 그렇지 않다(Well, typically for me that is a piece of cake. Now, I can't do that anymore)'는 등 기억력, 주의력, 집중력이 저하되는 것이지요.


3. 지속적인 투쟁과 새로운 삶

항암 이후로도 '팔이 허벅지만큼 불어나'는 림프 부종을 겪기도 하고, '홍조 올라오고 체온 조절 안되고' 불편한 부작용을 감수하고 먹어야 하는 약을 '처음에 5년 먹을 거라고 했다가 10 년 먹을 거라고 했다가 평생 먹을지도 모른다'며 처방받게 되는 등,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습니다. '돈을 얼마나 모아야 될까 많이 부담'된다며 현실적인 경제적 걱정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새롭게 맞이한 일상에의 몰입을 통해 불안을 다스리고, 암 경험을 계기로 깨닫게 된 공감과 연민으로 성장하기도 하며, 자신에게 더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합니다.



<레퍼런스>

1. Spiropoulos, A., Deleemans, J., Beattie, S., & Carlson, L. E. (2023). Mothers with Cancer: An Intersectional Mixed-Methods Study Investigating Role Demands and Perceived Coping Abilities. Cancers15(6), 1915.

2. Ghazal, L. V., Merriman, J., Santacroce, S. J., & Dickson, V. V. (2021). Survivors' Dilemma: Young Adult Cancer Survivors' Perspectives of Work-Related Goals. Workplace health & safety69(11), 506–516.

3. 박미리, 천화진, 박유빈 and 전하민. (2022). 20~30대 미혼 여성 유방암 생존자의 암 진단 이후 경험에 대한 질적연구. 한국사회복지질적연구, 16(3), 5-31.

4. Klaver, K. M., Duijts, S. F. A., Engelhardt, E. G., Geusgens, C. A. V., Aarts, M. J. B., Ponds, R. W. H. M., van der Beek, A. J., & Schagen, S. B. (2020). Cancer-related cognitive problems at work: experiences of survivors and professionals. Journal of cancer survivorship : research and practice14(2), 168–178.

5. 박지숭 (2017). 중년기에 암 진단을 받은 후 생존한 사람들의 투병경험에 대한 질적 사례연구. 보건사회연구 , Vol.37, No.2, 525-561.


이전 08화 08. 암 경험자의 삶 (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