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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현 Jul 16. 2024

10. 암 경험자의 삶 (3)

암 진단 이후의 삶 이해하기 (3) 노년

[오케이 한방병원 한의사 오지현입니다]


암 경험자의 건강 관리 09화에서는 한창 가정을 꾸리고, 사회생활을 하는 청장년 시기에 암 진단을 받은 암 경험자의 삶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들은 부모로서, 그리고 직장인으로서의 자아를 훼손시키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노년기에 암을 마주한 암 경험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았습니다. 인구의 고령화와 더불어 암의 5년 생존율이 높이지고 있기 때문에, 노년기 암 경험자의 수는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65세 이상 노인의 특수성은 암 경험에 어떠한 방식으로 투영되고 있을까요. 세 편의 질적연구 논문(하단 표)에 쓰인 암 경험자들의 이야기('원문')를 바탕으로, 노인 암환자의 삶의 경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노화에 가중된 고통

사람은 누구나 노화를 겪으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쇠약해집니다. 생리적인 노화에 적응하기도 힘든데, 병리적인 암까지 겹치게 되면 타격이 더 큽니다. 치료 후에 겪게 될 부작용도 더 클 수 있고, 항암 과정에 받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도 저하되어 있습니다. '이 나이에 이런 암 투병을 해야 되나'하고 심란함과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하고, '내가 젊지도 않잖아요. 내가 옛날에는 수술할 때만 해도 70으로 봤어요'라며 외모의 변화로 좌절하게 됩니다. 가뜩이나 가정에서, 사회에서 밀려나는 중인데, 암으로 인해 가속화되는 현실에 공허함과 우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2. 가족에 피해를 줄까 봐 걱정

노년기에 접어들면 자아존중감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암은 1회성 수술로 끝나지 않습니다. 치료기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드는 병이지요. 마음 한편으로는 가족에게 의지하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더라도 가족한테 부담을 줄까 봐 걱정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경우 더욱 죄책감을 갖게 됩니다. '내 병으로 인해 온 가족이 힘들어요'라며 자신의 투병이 가족의 삶에 부담을 준다고 생각하고, '양심 있는 사람들은 밤낮 그 걱정'이라며 자식들에게 받는 도움을 미안해합니다. 혼자 사는 노인의 경우, 병원에 다니거나 예약을 잡을 때 지원해 줄 사람의 부재와, 감정적으로 지지받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에 더욱 힘들어하는데요. 그럼에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할 수 있는 최대로 혼자 지내겠다(and I wouldn't like to be a sort of a burden on her you know wo I will stay as I am as long as I can)'며 가족과 함께 사는 걸 바라지는 않습니다.


3. 이후의 삶에 대한 인식

길고 힘든 치료과정을 겪고 난 뒤에 살아가야 할 날들에 대한 인식은, 자신의 건강 상태나 마음가짐, 주변 가족이나 의료진의 지지, 혹은 종교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으로 드러납니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조리 소진되어 버린 경우에는, '살기 싫다 막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내적인 성장을 통해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고 좀 더 여유롭게 살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암도 너도 내 몸 한 일치인데, 제발 좀 악성이나 그렇게 나쁘게 크지 말고, 좋게 좋게 순하게 나하고 평생 같이 살자', '오늘 하루 감사하면서 살면 즐거운 거예요'라며 암과 함께인 삶을 더욱 긍정하기도 합니다.




<레퍼런스>

1. 김은영, 홍세진. (2021). 노인 암환자의 치료선택 의사결정 경험: 질적 메타합성 연구. 노인간호학회지, 23(4), 418-430.

2. 최한교, 염혜아. (2019). 노인 암환자의 자아통합감 회복 경험: 근거이론 접근. Journal of Korean Academy of Nursing, 49(3), 349-360.

3. Hanratty, B., Addington-Hall, J., Arthur, A., Cooper, L., Grande, G., Payne, S., & Seymour, J. (2013). What is different about living alone with cancer in older age? A qualitative study of experiences and preferences for care. BMC Family Practice1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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