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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현 Jul 02. 2024

08. 암 경험자의 삶 (1)

암 진단 이후의 삶 이해하기 (1) 소아암

[오케이 한방병원 한의사 오지현입니다]


지난 브런치글에서 암 경험자의 불안을 이해하기 위해 주변 가족과 의료진의 경험을 살펴보았는데요. 암 경험자의 불안은 사실 암 경험자의 삶 총체 속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암의 발병 부위나 병기에 따른 차이도 있겠지만, 인생의 어느 시기에 암을 겪기 시작했는지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삶은 시간 속에서 흐르고 있기 때문이지요. 막 꽃 피우기 시작하는 소아청소년 시기,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단계인 청장년기, 인생을 갈무리하는 노년기까지. 남은 3화에 걸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암 경험자의 건강 관리 01화(https://brunch.co.kr/@greenktm/4)에서 소아암 환자의 건강 관리에 대해 다루어 보았는데요. 소아기의 항암치료는 유방암과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일정한 기간마다 MRI와 유방 조영술 등의 선별 검사와, 심초음파 검사를 받도록 권장한다고 했고요. 소아암 치료로 인한 생식기능 저하, 즉 불임에 관해서도 설명한 바 있지요. 소아암은 어린 나이에 인생에서 매우 큰 사건인 암 진단을 겪게 되고, 잠재적인 항암 후기 효과의 영향을 더 크게 받으며, 진단 이후에 살아가야 할 삶이 이전보다 훨씬 길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승화해 나가는지 함께 들어봅시다. 두 편의 질적연구 논문(하단 표)에 쓰인 암 경험자들의 이야기('원문')를 바탕으로, 소아암 경험자의 암 진단 이후의 삶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어두운 그림자

소아암 경험자는 암 진단 이후에 여러 어려움을 겪습니다. 어린 나이에 힘든 수술과 치료를 잘 이겨내었지만 암은 그렇게 쉽게 이별해주지 않기에 항암 이후에도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한계에 부딪칩니다. '남들보다 피로해하는'건 그들에게 일상이고, '조금만 무리를 하면은 그게 몸에서 반응이'오고, '몸이 부르트거나' '수업 빠질 정도로 가볍지 않은' 통증을 겪기도 합니다. 더 큰 어려움은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프면 뭘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I just didn't know what to do when I got sick. I wouldn't know where to go.)'어서 혼란을 겪기도 하고, '일반적인 환자가 아니(I am not a general patient)'기 때문에 항암 과정이나 항암 후기 효과를 고려한 진료를 받고 싶어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 답답해하기도 합니다. '이 사람은 조금 어디가 이상해 보이네 라고' 남들이 생각할까 봐 '밝혀지는 게 두려운 면'이 있다며 사회적인 편견을 무서워하기도 하고, '엄마가 너무 과잉보호를 한다(My mother was extremely overprotective)'며 '지금도 많이 다투고, 엄마랑 저는 문제가 제일 많았던 것 같아요'라고 보호자와의 갈등을 겪기도 하고, 완치 이후에도 순간순간 재발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 '또 견딜 수 있을까' 불안에 떨기도 합니다.


2. 나로서의 수용

하지만 여러 어려움 속에서 소아암 경험자는 자신만의 대처법을 찾아 적응해 나갑니다. '내 경험을 공유하고 안정을 찾기(I go there to share my experience and to gain comfort)'도 하고, '미래에 대해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tend not to think about far into the future)' 노력하며 현재의 삶을 다른 건강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누리려 합니다. '다음 날을 위해서 일정한 시간에 잠들려고(I go to bed by a certain time to have strength for the next day)'하거나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을 하고 나서 30분 휴식을 갖고 또다시 일을 하는(from what time to what time, I finish this assignment and then have a 30-minute rest and then com back to do the assignment)'등 쉽게 지치고 피로해지는 자신을 위한 밸런스를 찾아갑니다.


3.  새로운 꿈

더 나아가 소아암 경험자들은 그들의 암 극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성장의 계기로 이해합니다. '봉사활동을 시작하(I started volunteering)'기도 하고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서 일하고 싶다(I wanted to work for people with childhood cancer)'는 꿈을 갖기도 합니다. 부정적인 한계들에 발목 잡히기보다는 '지금의 삶 자체로 특별하다(this life itself is special)'며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




<레퍼런스>

1. 임수진. (2018). 소아암 생존자가 인지한 어려움에 대한 탐색적 연구: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중심으로. 한국융합학회논문지, 9(12), 467-474.

2. Hong, H. C., Min, A., & Choi, S. (2021). Living with the Late Effects of Childhood Cancer Treatment: A Descriptive Qualitative Study.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18(16), 8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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