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스탠퍼드 대학교의 "Health After Cancer : Cancer Survivorship for Primary Care" 강의를 함께 공부해 보았습니다. 일차진료의를 대상으로, 종양학적 수술이나 처치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간 시점의 암 경험자를 어떻게 치료하면 좋을지에 대한 강의였는데요. 저는 사실 작년에 이 강의를 들었는데, 짧고 평이하면서도 기본적인 팁은 다 들어있어서 참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다시 한번 들으면서 <강의 리뷰+>로 강의의 핵심을 전달하고, <강의 너머+>로 사고를 확장해 간단한 칼럼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예전에 들었을 때와 조금 다르게 와닿는 부분도 있고, 쉬운 말로 풀어쓰려고 하면서 스스로 정리가 되는 부분도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떠셨나요. 암 경험자들이 스스로의 건강에 대해서 잘 알게 되고, 더불어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에도 조금 더 편해질 수 있다면 뿌듯할 것 같네요.
얼마 전에 유튜브를 보다가 엠디앤더슨 암병원 종신교수인 김의신 박사님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8mvtiLHL2cM&t=9s)을 보게 되었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암은 만성병이기 때문에, 치료를 계속할 수 있도록 어떻게든지 잘 먹고 마시게, 마음이 편안하게 잘 관리해야 한다고요. 여러 가지 도움 되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한 번씩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전에 말씀드렸듯이, 의사의 관점에서도 급성기 항암 이후의 건강 관리나 삶의 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환자의 관점에서도 사실 그 이후가 더 중요하지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저희 아버지도 예전에 폐암 수술을 하셨었어요. 매우 초기에 발견했고 주치의 소견이 양호했기 때문에 괜찮으실 거라고 머리로 되뇌면서도, 마음이 덜컥하면서 두렵고 무서운 마음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수술하고도 상처 봉합이 잘 안 되셔서 한동안 마음고생을 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행히, 아버지는 암을 경험하기 이전보다 이후에 오히려 더욱 건강해지셨습니다. 지금도 아침마다 뒷산을 오르시고, 직접 키운 쌈채소와 양질의 단백질 식단으로 잘 관리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보면 건강에 대한 전환점이 되신 거지요. 제가 환자들에게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지금 이 아프고 힘든 게 당장은 너무 불편하고 괴롭겠지만, 본인 스스로를 아끼고 살피면서 더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꼭 그렇게 하셨으면 좋겠다"인데요. 제가 환자들에게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를 저희 아버지에게 보게 돼서 자랑스럽고 다행이었어요.
암 경험 이후의 삶이 더 건강하고 즐겁길 바라며, <Health after Cancer> 청강을 마칩니다.
원래는 여기까지로 이번 브런치북의 연재를 마치려고 하였으나, 브런치북을 완결하기 위해서는 최소 10편의 글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남은 4편에서는 암 경험에 대한 국내외 질적 연구들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질적 연구는 대상자의 주관적 경험을 담아내기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처음에 이 브런치북의 대상자를 암 경험자와 가족들, 그리고 저와 같은 일차진료의로 잡았었는데요. 암 경험자와 가족들에게는 암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과 희망이 전해졌으면 좋겠고요. 일차진료의에게는 환자의 주관적 경험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연습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