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9일 오전 국회 주변에서 시민들이 기후국회를 요구한다는 외침이 널리 울려 퍼졌습니다. 이들은 국회 주변 한강공원에 설치된 가로 4미터, 높이 3미터의 국회 배지를 표현한 대형 조형물 앞에서 구호를 외쳤습니다. 투명 벽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조형물 뒤로 국회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국회 배지 중앙에는 국회 대신 ‘기후국회’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13명의 시민 참가자들은 각각 붉은색과 노란색 페인트를 손에 묻혀 손도장을 찍으며 태양처럼 밝게 빛나는 기후 배지를 구현했습니다.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절실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입니다. 참가자들은 또 배지 주변 투명 벽면에 각자가 국회에 바라는 요구사항을 하얀색 펜으로 써내려 갔습니다.
이번 퍼포먼스에 참여한 시민들은 각자 느낀 점과 국회에 대한 목소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환경을 위한 추상적인 목표를 실질적인 액션 퍼포먼스로 나타내면서 환경을 위한 마음도 한층 더 깊어진 것 같습니다.” (이서현 국제고 재학 중)
"기후위기는 전례 없는 총체적이고 파괴적인 규모의 위기이다. 국가 역량의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일이며, 법률로서 기후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근거를 조속히 마련해야 지구와 우리나라의 파괴적 결말을 피할 실제적 행동에 나설 수 있습니다."
(김준성, 대학생)
"국회가 기후위기대응에 있어 실질적 법안을 발의하여 전체 시스템을 구축해야 눈에 보이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일하는 국회, 기후국회를 요구합니다." (김종미, 시민)
세계적으로 기후위기가 심각한 상황에 놓인 가운데 그린피스 소속 자원봉사자들인 ‘그린뉴딜시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대한민국 국회의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이번 퍼포먼스를 마련했습니다. 그린피스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국회의원 300명의 2022년 기후위기 대응 의정활동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공개해 의미를 더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올해 1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자체 자원봉사자 그룹인 그린뉴딜시민행동 3기 회원들과 함께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입법안과 국정감사 회의록을 통해 모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기후위기 대응 관련 주요 키워드(기후, 에너지, 탄소, 재생, 온실가스, 방재, 재난)로 관련 법안 및 주요 발언을 1차 분류했으며 이를 그린피스 전문위원과 캠페이너들이 검토해 최종 성적을 산출했습니다. 의원별 점수는 가중치(대표 발의 20점, 공동발의 1점, 국정감사 주요 발언 3점)를 적용한 총점으로 계산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정당에서 어떤 의원들이 지난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을까요? 이번 조사 결과 기후대응에 있어서 특정 정당 쏠림현상이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 관련 법안의 대표 발의 건수를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이 70건으로 가장 많았던 반면 국민의힘은 31건에 불과했습니다. 의석당 발의 건수로 보면 정의당이 1.17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본소득당 1건, 더불어민주당 0.41건 국민의힘 0.27건 순이었습니다.
대표 발의를 가장 많이 한 상위권 5명의 의원에도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을 제외한 3명의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습니다. 대표 발의와 공동 발의, 국정감사 주요 발언 결과를 점수로 환산해 순위를 매긴 결과 국민의힘 소속 임이자 의원이 총 126점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2위는 정의당 류호정, 3~5위는 민주당 소속 양이원영, 어기구, 이학영 의원이 차지했습니다. 양이원영 의원은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기후위기 대응 의정활동 우수의원으로 선정됐습니다.
소관위 별로는 환노위가 27건, 산자중기위가 20건, 농해수위가 19건, 행안위 16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총 발의된 기후 관련 법안은 110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91건이 아직 계류 중이고 6건이 가결되었고 3건이 수정 가결되었습니다. 대안 반영은 10건이었습니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발의된 기후 관련 법안 중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보다 큰 의미가 있는 법안들을 선별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법안으로는 기후정책 수립에 있어서 미래세대의 참여를 보장하도록 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전용기 대표 발의)’을 뽑았습니다. 또 재생에너지 확대의 걸림돌인 불합리한 이격거리 규제를 철폐하도록 하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신영대 대표 발의)’, 탄소세 도입을 위한 ‘탄소세기본법(기동민 대표 발의), 기업들이 ESG 이슈를 사업보고서에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용우 대표 발의) 등도 선정했습니다.
이번 모니터링 범위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2022년 법안 이외에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나 ‘풍력발전보급촉진 특별법(원스톱샵법)’ 등은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핵심 법안이라는 점도 재확인했습니다.
국정감사에서는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제로에너지 주택의 필요성을 지적했던 내용이나 같은 당 김한규 의원이 금융기관들이 탈석탄 선언 이후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에 금융지원을 하는 그린워싱 행태를 지적한 부분 등이 의미 있는 발언으로 분류됐습니다.
국회는 지난 2021년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해 전에는 기후위기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국정 운영에 책임을 함께 진 집권여당의 부족한 노력은 아쉬움을 넘어 실망감까지 주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오는 3월 25일 확정해야 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시민사회의 올바른 여론 수렴 없이 졸속으로 마련하려고 한다는 비판마저 받고 있고 있어 실망감은 더한 상황입니다.
정말 큰 일입니다. 기후위기는 여야, 진보, 보수를 뛰어넘어 한국 경제와 우리 모두의 생존마저 위기에 몰아넣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가권력과 집권 여당의 부족함이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여당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촉구합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출범한 기후위기 특별위원회(이하 기후특위)가 제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행정부가 제 역할을 하도록 견제 역할을 하고 주요 기후법안들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정당간 가교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그린뉴딜시민행동과 같은 행동하는 시민들이 늘어나야 합니다. 이름뿐인 기후특위, 기후위기에 무관심한 정부와 여당이 되지 않도록 압박하는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권리를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로서, 주권자인 국민으로서 혹은 앞으로 더 많은 세상을 살아가야 할 미래세대라는 다양한 모습으로 힘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작은 물줄기가 한데 계속 모이면 거대한 강물이 되듯이 한 사람의 시민은 작은 목소리지만 그 힘이 함께 모여져 나가면 국회와 정부를 바꾸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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