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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바차 May 07. 2024

욕심에 가려진 순수함

31.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코로나의 여파는 훈련소의 일정까지 뒤바꿔 놓았다.

점점 불어나는 확진자 수에 군은 비상이 걸렸고 이러한 이유로

활동량이 많은 실외 훈련을 줄이고 실내 위주로 훈련이 개편되었.

그 덕에 계획에 없던 글짓기, 그림 대회와 같은 특별한 훈련들이 개최되었는데

우수자에게는 무려 4박의 포상휴가가 주어져 없던 승부욕도 생겨났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내게 미술 부문 참가는 의무적으로 느껴졌다.

당연하게도 참가만 하면 수상은 따 놓은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평소 글짓기도 좋아하던 나였지만 촉박한 시간 앞

두 가지 모두를 해내기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그림 대회만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넘치는 자신감으로 제출 시간을 넉넉히 남기고 그림을 완성했다.

이 정도면 미술 부분 수상자는 내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어영부영 남은 시간을 때우다 보니 앞서 포기했던 글짓기에 눈이 갔다.

하지만 남은 시간은 겨우 한 시간 남짓.

어찌 저지 참가는 한들 수상은 불가능할 것이 뻔했다.

하지만 미련이 괜히 미련인지 좀처럼 포기할 수 없었다.

참가의 여부를 두고 고민을 하던 나는 미술을 처음 접했던 때가 떠올랐다.

그리는 것이 즐거워 미술을 배웠던 내가 언제부턴가 미술을 이기려 그리게 되었다.

내 그림에 존재했던 순수함은 모두 사라져 그 자리 욕심만이 남아있었다.   

마음속 자리 잡은 거대한 욕망을 거두어 낸다. 그러자 망설임이 사라졌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글이 아닌 솔직 담백한 글을 써내려 갔다.

다음날 수상자를 발표하는 방송에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내 손에는 포상휴가증과 글쓰기 우수라는 상장이 쥐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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