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코로나의 여파는 훈련소의 일정까지 뒤바꿔 놓았다.
점점 불어나는 확진자 수에 군은 비상이 걸렸고 이러한 이유로
활동량이 많은 실외 훈련을 줄이고 실내 위주로 훈련이 개편되었다.
그 덕에 계획에 없던 글짓기, 그림 대회와 같은 특별한 훈련들이 개최되었는데
우수자에게는 무려 4박의 포상휴가가 주어져 없던 승부욕도 생겨났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내게 미술 부문 참가는 의무적으로 느껴졌다.
당연하게도 참가만 하면 수상은 따 놓은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평소 글짓기도 좋아하던 나였지만 촉박한 시간 앞
두 가지 모두를 해내기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그림 대회만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넘치는 자신감으로 제출 시간을 넉넉히 남기고 그림을 완성했다.
이 정도면 미술 부분 수상자는 내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어영부영 남은 시간을 때우다 보니 앞서 포기했던 글짓기에 눈이 갔다.
하지만 남은 시간은 겨우 한 시간 남짓.
어찌 저지 참가는 한들 수상은 불가능할 것이 뻔했다.
하지만 미련이 괜히 미련인지 좀처럼 포기할 수 없었다.
참가의 여부를 두고 고민을 하던 나는 미술을 처음 접했던 때가 떠올랐다.
그리는 것이 즐거워 미술을 배웠던 내가 언제부턴가 미술을 이기려 그리게 되었다.
내 그림에 존재했던 순수함은 모두 사라져 그 자리 욕심만이 남아있었다.
마음속 자리 잡은 거대한 욕망을 거두어 낸다. 그러자 망설임이 사라졌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글이 아닌 솔직 담백한 글을 써내려 갔다.
다음날 수상자를 발표하는 방송에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내 손에는 포상휴가증과 글쓰기 우수라는 상장이 쥐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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