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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바차 May 16. 2024

You Are My Everything.

35.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짧지만 강렬했던 훈련소 생활이 오늘 부로 끝이 난다.

분명 지겹도록 긴 시간이었 것만 찬찬히 되돌아보니 몹시 짧게만 느껴졌다.

힘듦과 즐거움이 함께 공존하던 이곳. 별안간 가슴이 시원섭섭함에 저릿거린다.

낯선 바다 덩그러니 놓여 같은 처지인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나아가던 우리는

이제 각기 다른 배를 타고 홀로 헤쳐나가야 하는 막막함에 불쑥 두려움이 솟구친다.


마침내 방송으로 함께했던 전우들의 이름이 호명되기 시작한다.

가장 고생했던 리더 훈련병이 첫 번째로 호명되었다.

그가 앞장서 이끌어 준 덕에 이곳에서 길을 잃지 않았다.

그의 수고를 아는 많은 이들이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떠나는 그를 말없이 품에 안아본다.

내 덕이라는 그의 말에 오히려 네 덕이라며 감사를 돌렸다.


이어서 줄줄이 빠져나가는 전우들.

그들 얼굴은 하나같이 이곳에 처음 왔던 때와 같은 표정이다.

맞다. 사실 우리들의 군생활은 이제 비로소 시작되었으니까.


내 이름이 호명되자 가장 많이 의지했던 동기 형에게 달려가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정신없이 전한 마지막 인사는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두서없이 쏟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짧은 그 순간 나눴던 따뜻한 온기만은 선명히 기억한다.


내 키보다 두 배는 큰 짐을 짊어지고 마침내 발을 뗐다.

그토록 기다렸던 수료. 어째 내딛는 한 발 한 발이 이토록 무거울 수 없다.

후송 차량에 탑승하고 나니 그제야 수료가 실감 났다.  

때마침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 노래.

근 두 달 만에 듣는 노래는 가수 거미의 <You Are My Everything.>

별처럼 쏟아지는 운명에 이곳에서 전우들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마음속으로 작게 읊조린다.


You Are My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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