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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선 바닷가에서

by 이지현



한 그릇의 맑고 순박한 요기를 하고

표선 바다로 달려갔더니

모래 위에 누군가 써 놓고 간 '사랑해'

믿지 못할까 봐

이모티콘처럼 남은 하트.

그들은 사랑했으리라.

그들은 사랑하리라.


파도도 궁금해서 달려왔다가

긴 생머리를 쓰다듬듯 '사랑해'를 만지고

사랑하는 이들의 붉힌 마음은

못 본 척 등 돌리고 떠났을 것이다.

표선에 와서 파도가 갓 헹군 글씨를 펼치니

거기엔 다만 괜찮다, 괜찮다만

왈칵왈칵 쏟아졌다.



- 5월, 표선 바다에 갔더니 누군가 그리움처럼 써놓고 간 흔적만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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