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부근에선 쏘가리 매운탕을 사이좋게 나눠먹고
헤어진 사람이 있으리.
푸른 호수에 바람이 불면
흰 찔레꽃이 밥티처럼 날아 마음 밖으로 버렸을 가난.
호수는 몸을 말아 마음 보이지 않은 다행인 날에
철새가 여린 족적을 물위에 톡톡 남기고 가버려
차마 물수제비를 뜨지 못해 이별의 낙관을 찍지 못한
호수를 족자처럼 걸어 두었으리.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쏘가리의 억세고 완강한 뼈가 떠오르면
거쳐온 삶이 그렇게 물 아래서 오래 숨을 참아야
뼈마저 강단있었다는 것을 알리라.
궐어나 금린어로 불리기보다 쏘가리로 불릴 때 고독한 것을.
그때는 시린 날이었고, 이제는 그리운 날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