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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Sep 16. 2022

가을 편지

가을에는 오지 않는 편지에도 울지 않으리.

한때는 세상의 모든 것이던 익명의 편지를 받고도

밤새 울음을 참던 깊은 나이가 익어

이제 들을 채비를 해야지.

아주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그저 가을이 왔다고 무심한 목소리로 말해도

깊이 깊이 들을수 있는 자세를 하리.


결코 잊히지 않던 이야기 하나가

가을 낙엽 지고 밤 눈 내리는 시간의 사이에서

화석처럼, 굳은 화석처럼 남아 있는 계절.


단 한번도 송신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비로소 가슴에서 파서 낙엽이나 눈처럼

날리면서 날리면서, 날아가면서

다시 가슴에 쌓이고 있는 그 희안한 윤무를

깊이 받아들이는 나이.


그 오랜 이야기를 다시 들을 채비를 해야지.

그 오랜 이야기를 두고 새길 채비를 해야지

이야기 하는 당신,

그 힘겨운 마음을 이해하려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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