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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수제비

by 이지현



사랑의 뒤끝이 너무 쓸쓸해 사랑할 수 없다는 건

비겁한 것이 아니다.

외롭다는 말로 시작한 마음의 파문이

동심원을 그리며 한없이 퍼져나갈 때

강물에 던지는 돌 하나가 일으키는 경련이

그 어느 순간보다도 깊고 아득해

쿵쿵 울리며 떠난 납작 돌멩이 하나를 알고 있을까.

버려지는 마음이 더 깊고 넓은 곳으로 가라앉음을


거침없이 퍼지는 절망과 비련의 물결이

길마저 휘날려 펄럭이게 하고

점점이 사라지던 뒷모습을 기억해

누군가 영영 떠나도 끝없이 침묵하는 노래를

언젠가 신들의 창이 될 물푸레나무

물가에서 글썽이며 보고 있나니.


사랑의 마지막이 너무 쓸쓸해

더는 사랑할수 없다는 말은

생은 신화처럼 아득히 멀다는 것을 깨달은 것

이제 그 물푸레나무 하나 심장을 겨누어 꽂힌

단단한 생이고 싶은 것이다.



*신들의 창은 물푸레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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