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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Oct 29. 2022

푸른 단추를 달다

단춧구멍 달기를 배우던 가정 시간엔

구멍이 있을 자리를 가늘게 찢어 기워도

구멍은 단추보다 헐겁거나 작은지

자꾸만 들어가지도 않거나 곧장 나왔다.  


꼭  맞는  단춧구멍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아, 그때 여고의 가정 시간에 단춧구멍이

세상 사는 구멍인 줄 알았더라

좀 더 조심해서 만들었을 것이다.

좀 더 조심해서 살았을 것이다.


세상은 쉽게 들어가지도 헐거워 스며들지도 못한

단춧구멍 같아서 푸른 단추를 잠그다가

푸른 멍처럼 아득하다.


단춧구멍 너머서 우리가 기다리는 만큼

우리를 기다리는 것들이 있었을까.

홈질을 하듯 살아온 시간들

그리움으로 기운 시간들의 실밥 투둑 터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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