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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Nov 18. 2022

입동 무렵

겨울의 한가운데

시린 햇살이 걸린 날을 걷는다.

기다리는 소식이 기우뚱 기울어지는 날

생생하던 것들은 시들고

사람들은 다 총총히 마음에 묻고 간다.  


오가는 길에서 인연은

가만히 어긋나는 것.

이름을 불러도 다가오지 못하고 서성이는

슬픈 노래처럼 맴도는 무게.

한 겨울밤의 편지.


그래도 어느 날, 우리는 다시 일어서야 한다.

어린 무잎의 초록물이 손톱 끝을 물들이는

그렇게 푸른 편지를 쓸 때까지

이번에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쓰면서

얼어붙은 창을 열고 걸어가야 한다.


집어등을 켜서 밝히듯이 화안히 모여선

입동 무렵의 수런거리는 낙엽들

또 어디선가 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을

지켜주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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