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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Dec 09. 2022

겨울 새벽의 새

꽃씨처럼,

꽃씨처럼 그렇게 중얼거려 보라.

우리 겨울 속에서도

화들짝 놀라며 어디 눈 붉은 꽃이 피어날지.


겨울 새벽을 날아가는

한마리 깨끗한 새를 본 적이 있는지.

새를 처음 본 사람은 아무래도

맑고 찬 새벽이었으리.

꽃의 이름을 부르다가

새롭게 날아가는 것의 이름을 붙일게 없어

짧고 선명하게 붙였겠지, 새라고.

그 새가 물고 나르던 긴 고요.

분명한 절망을 염두에 두진 않았으리.


매일의 새벽에 혹여 어디 긴 잠을 깨어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는 편지를 쓰면서

갈비뼈 가지런한 그 어디쯤

우리 사랑의 통증 하나

절망의 이름으로 가두지 않고

겨울 새벽 새에게 실어 보내라는

깊은 뜻이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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