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전화를 걸고 침묵을 하던 사람이 있었다.
두고두고 씹어먹을 수 있는 반년치의 식량처럼 배가 불렀다.
전화번호를 바꾸는 사람과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는 사람의 마음이 같다는 것을
어느날 불현듯 알았다.
한 사람은 죽도록 그리워서고
한 사람은 그리워서 죽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오래전에 버려진 사람이 전화를 걸었다.
오래전에 버린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찔레꽃 향기가 선을 타고 넘어왔다.
풀풀 날리는 쓸쓸한 마음이 건너가다가
문득 쏠쏠한 삶으로 바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