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어느 날 우리가 눈물 글썽한 눈을 보이지 않으려
어둑해지는 시간에 긴 골목을 돌아가고
짐짓 그 눈물을 보지 않은 척 그대로 잊을 거지만
우리 생이 오랜 숨을 참으며
어느 강가에나 바다에서 뜻밖에 만나게 될 때
비로소 우리 그리움이 노을 깔린 강변에서
긴 울음으로 빛나고 있음을 눈치챌 것이다.
그리웠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오래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못한 날에
쉬임 없이 피고 진 꽃들의 갈피마다
날카롭게 번득이던 차가운 눈발 속에서
짐짓 기억마저 얼어있는 채로 버려둘 것이지만
어느새 차츰차츰 저물어간 시간이
새파란 종소리로 울려 나올 때
가끔은 저무는 추억도
우리의 빛나는 바다를 울리고 긴 이름을 끌며
생의 빈칸을 채우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