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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Feb 23. 2021

브런치 하면서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

- 시를 영역해주신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여태 그렇듯 그냥 스쳐가세요 https://brunch.co.kr/@yhchoi90rw/455



브런치를 시작하고 가장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냥 시를 올리면서 그것도 일주일의 마무리가 되는 토요일에 그냥 보는 사람도 없겠지 하고 살짝 올려두는데, 감사하게도 제 시를 읽으신 브런치 작가로 영문학자이신 교수님께서 제 시를 영역을 해주셨습니다.


글을 쓰면 가장 어려운 게 시를 쓰는 일입니다.

솔직히 10년간 제가 시라는 형식을 쓰지 못했습니다. 다만 컴퓨터에 떠오르는 시상이 있으면 몇 줄씩 남기면서 차곡차곡 모아두기만 했는데, 브런치를 하면서 하나씩 꺼내면서 열심히 고치고 고치고, 지하철에서도 고치고, 누워서도 계속 머릿속으로 고치고, 길을 가면서도 고치고, 밥 먹으면서도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만 계속 계속해도 마음에 안 들어서 그냥 두고 맙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시란 감정이 함께 가는 것이구나. 감정이 메마른 순간에는 사물을 보거나 생각을 하더라도 느낌이 함께 따라가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냥 글을 쓰는 것과는 아주 많이 달랐습니다. 제가 쓰는 시들이 쉽고, 또 젊은 날의 추억이나 사랑의 감정, 사물에 대한 명료한 감정 같은 것을 쓰는 것인데, 시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 것과 시를 쓴다는 것의 차이를 지난 10년간 아주 많이 반성하고 깨닫고 있는 차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출간했던 시집




10년 전의 어느 날, 블로그에 하나씩 그냥 올려두던 시들을 보고, 출판사에서 불쑥 제 시가 마음에 드니 출판해보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내 돈 내는 것도 아닌데 하는 마음으로 정말 아무 생각이 없이 내고 말았습니다.

그 당시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이었는데, 작고하시기 전에 시집이라도 낸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응했었습니다. 아버지는 시집을 보신 후에 간호사분께 매일 딸의 시를 한편씩 읽어달라고 부탁을 하셨다는군요. 제가 시집을 낸 지 한 달도 채 안되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자 그 간호사분이 말씀해주셨습니다.


시집을 낼 당시 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부산에 사시는 어떤 연세 많으신 제 시 독자분이 서울에 살고 있는 따님에게 매일 아침마다 전화로 제 시가 너무 좋다면서 읽어달라고 요청해서 그 따님이 너무 힘들다고 연락을 한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냥 시집에 사인해서 어머님께 한 권 제가 선물하겠습니다고 하니, 그 어머님이 딸의 목소리로 낭송하는 것을 계속 듣고 싶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시보다는 딸의 목소리를 그렇게라도 듣고 싶었던 것이구나 하고 그분과 저는 한참 웃고 그렇게 하시라고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참 따뜻한 시집 출판의 추억들이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지난 글들을 정리하는 중에 제 시집이 교육부 독서지원시스템에 들어있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어, 그런데 들어갈 내용(교과서적인)의 시들이 아닌데 하면서 저도 영문을 몰라 아직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중입니다.


문제는 책 발간 후에 10년간 저는 시 모양의 시들을 쓰지 못하고 있다가 브런치를 하면서 고치고 고치면서 올려두고 있습니다. 아마 시를 못쓴 게 아니라 글 자체를 쓴다는 것을 멀리했습니다. 당시 책을 2권을 동시에 내다보니 얼마나 힘들었던지 10년간 글쓰기를 딱 멈추고 있었습니다.


브런치를 이제 시작하면서 제 시를 보신 영문학자이신 교수님이 제 시를 영역까지 해주셨으니 선물임에도 갑자기 부담이 확 옵니다.

그러나 너무 감동적이고 멋지게 영역해주셔서 감격 그 자체입니다. 

미국에서 현재 몇십 년째 살고 있는 제 여동생도 영역한 제 시를 보고 교수님이 운율도 잘 맞추시고 아주 멋지다고 합니다. 하여간 저는 완전 감격시대입니다.


브런치가 무언지도 모르고, 아직도 제 주변 사람들은 브런치가 아점으로 먹는 시간인 줄만 알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시작을 하고 글을 쓰고 있으니 참 좋습니다. 이런 선물을 다 받아보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시를 열심히 더 열심히 써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교수님의 선물이 더 열심히 하라는 말씀으로 들리니, 그냥 어떤 글이든지 제가 제일 잘하는 '열심히'만 쓰겠습니다.

이 나이에도 이런 격려는 힘이 나네요. 정말 따뜻하고 멋진 격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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