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소리만 가득한 밤
그 소리에 잠 못 이루는 시간 위로
드문드문 기억이 흘러가고 있다.
뒤꼍 솔들이 내뿜는 향기에 취한 채
밤새 한 마리도 내내 잠 깨어 있었다.
마침내 봄비가 사박거리며
흐르는 길을 적시고
멈춘 솔가지 위에 걸터앉아
차가운 마음을 깨우는 흔들림
불 꺼진 창가에서 추억이 더듬거렸다.
어느 날 이렇게
문득 세상살이를 잊는 것은
참 괜찮은 일이다.
꽃피기 시작하는 빗소리나
몽롱한 물안개로
두근거리는 그리움을 지피는 일.
꽃 피는 소리만 가득한 밤에
한 번쯤 그리움 속으로
그대를 잠시 놓쳐버리는 일도
참 괜찮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