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취득 자금 조달 계획서 및 입주 계획서 쓰기

- 서민은 탈탈 털어 집을 산다

by 이지현

집의 의미를 사물화 시키는 계획서 유감



가끔은 어떤 의미 있는 행위임에도,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일까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 생긴다. 집을 가진다는 의미가 바로 이런 범주에 들어버렸다. 집을 사면서 주택 취득 자금 조달 계획서(이하 계획서)를 써야 한다는 생뚱맞은 기록에 대해 알게 된 순간, 서민에게도 이런 과정을 요구할 정도로 집이라는 개념이 그렇게 차갑고 황폐한 것이 되어 버린 것인지 쓸쓸했다.


집을 사느라고, 꽉 껴입은 옷처럼 엄청난 결핍 속에서 앞으로 지내야 하는 결과물만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던 것은, 바슐라르가 인정했던 안정감이나, 알랭 드 보통이 말한 '공간과 희망의 일치감'이 집이 주는 의미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막상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핍박을 받는 존재처럼 뭉텅뭉텅 잘못된 재단을 해서, 팔다리를 넣는 부분이 쪼그라든 옷을 입어야 하는 느낌이었다. 이전에 집을 샀을 때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낯설고 어색하고 무엇보다 마치 내면을 벌거벗기는 기분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럴 수 없이 초라하기까지 했다.


계획서가 과연 '아무에게나' 해당할 수 있는 사항일까. 막상 이 과정을 겪고 나니 무작위 추첨에 걸린 기분이거나, 맘대로 뽑기에 걸린 느낌이 드는 것은 또 무엇일까. 그런 거창한 계획서는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는 집단에나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만 같다.


집을 하나 구입하기 위해 온 가족이 힘을 모으고 함께 머리를 맞대어야 하는 상황을 순식간에 볼품없는 사건으로 만들어버리는 이 계획서라는 것은 집을 사물화 시켜버리거나, 가족의 실존적 의지와 노력이 한순간에 이상한 가역 반응을 일으키는 쪽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주택자금조달 취득 계획서 쓰기 연습



2018년에 주택을 구입할 때, 계획서는 부동산 계약을 하고 2개월 내에 구청에 제출해야 했다.

부동산 투기 지역이나 투기 과열 지역에서 3억 원 이상의 집을 구입하면 주택 취득 자금 조달 계획서 및 입주 계획서를 내게 된다. 대출의 어려움이 있는 마당에 이 부분은 매우 상세하고 사실적으로 써야 한다는 부담을 받았다.

솔직히 3억이란 금액으로 서울에서 집을 사는데 일일이 보고하라는 것은 그야말로 소도 웃을 일이다. 3억으로 어떻게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지. 그것도 투기 구역이나 투기 과열 구역이라고 못 박으면서. 아마 이 부분은 미성년자의 투기 부분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연령대와 조건을 살펴보고 융통성 있는 행정을 하면 좋지 않을까. 미성년자의 투기는 알아서 증여세까지 팍팍 낼 수 있는 사람이 또 할 테니 그리 어려울 일도 아닐 듯하지만. 이 부분은 집을 구매하는 사람으로서는 전시행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계획서 쓰기가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었다. 쓸 때는 버벅거리면서 썼다가 다시 반려되고, 그다음에 구청 담당자가 가르쳐주는 대로 해서 아무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후 1년 반 정도 딸이 세무서에 시달렸다. 대출받은 이자를 꼬박꼬박 잘 내고 회사를 다니며 저축한 돈, 증여받은 것 등 아무 문제없음에도 불구하고 집 구입과는 전혀 무관한 세무조사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집 구입과는 별개로 불똥이 튀며 겪어보니 이제 젊은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집을 구입하는 문제는 힘들 것으로 보였다. 부동산을 사면서 모든 조사가 시작된다는 말이 그래서 맞다. 그러나 공동 등기를 한 다른 아이는 아무 조사도 없었다.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구청에 제출하는 즉시 바로 국세청으로 자동 통보되고, 이전의 활동 내용까지 철저히 무조건 조사를 받게 된다는 것을 안 셈이다. 이제 정부와 개인은 모든 비밀을 공유하는 아주 다정한 사이가 된 셈이다.



공동 명의 주택자금조달 취득 계획서 쓰는 법



주택자금조달계획서는 구청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양식들이 있는 곳에서 다운을 받아서 미리 써가면 된다. 자금조달 계획서와 입주계획서가 한 장에 들어있다.

입주계획서도 대충 쓰면 안 되고, 입주하는 달까지 다짐을 하듯 쓰라고 하니 아마추어라서 시공이 얼추 끝나는 시기까지 계산해서 썼다. 물론 다소 달라졌다고 해서 나중에 다시 확인하지는 않았다. 입주 시까지 무려 몇 달이나 지연되어서 늦게 입주했지만 구청에선 그런 확인 전화는 받지 못했다. 주민등록을 이전한 후에 제대로 처리되었다는 구청의 자동 발송 문자만 받았다.


주택을 매매하고 2개월이 거의 다 되어가는 시기에 부동산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구청에 있으니 계획서를 가지고 빨리 오라는 것이었다. 다행히 미리 인터넷을 보며 열심히 써놨고 자료까지 다 정리했다.

부동산 사장님은 전날에 부동산에서 다른 직원에게 심부름시켰더니 구청 담당자가, 매매한 중개인이 직접 와서 신고해야 한다고 해서 구청에서 부동산 거래 신고서를 적고 있는 중이었다. 미신고 시는 부동산 거래 신고 필증도 발급이 안된다고 하면서 부동산 사장님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해서, 헐레벌떡 달려갔더니 부동산 사장님이 쓰느라고 그야말로 땀을 뻘뻘 흘리는 중이었다.

부동산 사장님도 투기지역 발표 후에 우리가 처음 매매건이어서 오전부터 와서 2시간째 잘못 써서 찢었다 버렸다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니, 부동산 중개인조차 쓰는 법이 어려운 마당에 일반인은 당연히 어렵다.


자금조달 계획서에 쓰는 항목은 자기 자금, 차입금, 부동산 매도액, 보증금 등이다. 두 아이가 다행히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있어서 3명의 공동명의로 집을 계약하고 신고를 했다. 아니면 당연히 자금 문제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동 명의인은 각자 자금조달 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곧 계획서는 3장을 내고, 한 사람이 일괄 제출해도 된다.


처음에 계획서를 내었을 때 그 자리서 즉시 반려되었다. 그때 계획서에는 쓰는 방법을 몰라서 인터넷으로 검색했더니, 시공비까지 다 써야 하며, 그동안 아이가 벌었던 돈을 전부 기재한다고 되어 있어서 그런 줄 알고 회사 다니면서 번 소득 내역, 저축 해지 내역 등 조금이라도 돈을 번 내역까지 다 쓰고 열심히 프린트까지 해갔다. 구청 담당자는 내가 내미는 서류들을 보더니 어이없는 얼굴로 잘못 쓴 것이라며 내려놓지도 않고 돌려주었다. 다시 쓰라고 했다.


부동산 사장님도 모르는 부분이라고 하고,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아 담당자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주택 매입비만 지분만큼인 1/3씩 딱 나눈 금액을 쓰면 된다고 했다. 즉 공동명의자는 각 지분을 다른 비용은 상관없이 주택매입비만 나누면 되고, 각자 그 비용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만 쓰면 되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시공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등 구구절절한 금액은 다 필요 없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인터넷 검색을 할 때 다 써야 한다고 해서 온갖 내역을 전부 다 적어갔고 그동안의 아이들 소득 내역 등 프린트를 하니 각각 책자가 될 정도였다. 그러니 담당자가 얼마나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았던지.





1. 주택 매입 금액 * 1/3 = 1인

2. 주택은 공동명의를 하면서, 대출을 한 아이의 이름으로만 받았는데, 두 사람이 어떻게 대출금을 상환할지 A4 용지에 한 장 써서 제출했다.

3. 각자 증여받은 금액, 예금 해지한 금액, 대출한 금액, 그동안 회사 등을 다니면 번 금액을 합하여 주택 구입 총액의 1/3이 되도록 맞추어서 합산해서 적어 제출했다. 소득 내역이 주택구입 비용을 초과하는 것은 적을 필요가 없다.

4. 세대주인 나는 조달 내역은 적지도 않고, 1/3 금액의 주택구입비만 적어서 제출했다.


자금조달 계획서 제출에만 4일이 걸렸다. 잘못 써서 수정하고, 매매를 진행한 부동산의 거래 신고서와도 맞추다 보니 단숨에 되지 않았다. 겨우 서류를 다 제출한 다음날, 구청에서 문자로 거래 신고가 완료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물론 이것은 구청의 담당자를 통과한 것이지 세무서를 통과한 것은 아니었다. 결국 세무서에서 끝까지 전화가 오는 것을 보니 자금 마련이 매우 투명해야 한다. 자금 출처가 명확했고, 또 그 아이 명의로 대출까지 받아서 이자도 가게를 운영해서 내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세무서의 전화는 끝이 없었다. 10원짜리 범위까지 맞추었을 때야 전화는 끝났다. 그러니 불분명한 출처로 자금조달 계획서가 작성되면 안 된다. 또한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계획서를 쓰라는 대로 열심히 써서 갔더니 전부 잘못된 것이어서 시간이 더 걸렸다.


30세가 넘은 자녀는 오히려 계획서에 어떻게 갚을 것인지를 설명한 것만으로도 아무런 전화조차 없었다. 이를 보면 자금 동원에 문제가 없어도 30세 이하의 나이 의혹에 걸려서 완전히 조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세무서를 피해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깨달았다.

하도 급변하게 주택 정책이 변경되다 보니, 집을 매매한 부동산 사장님도 쓰는 방법을 몰랐으니 잘 모르면 구청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친절하게 가르쳐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구청 접수는 시작이었다.




새로 바뀐 주택 취득 자금 조달 계획서



우리가 계획서를 제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계획서 제출 명목들이 변경되었다. 당시는 집을 구매하고 60일 이내였는데 이제는 30일 내로 변경되었다고 하니 부동산 중개업소와 계획을 해서 제출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막상 해보니 혼자 제출하는 것이 아니었다. 중개업소에서 내는 거래 신고서도 함께 적어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부동산 사장님은 일일이 지우고 쓰고 다시 쓰고 하면서 구청에서 오전부터 가서 오후에 다 끝내기까지 마침내 내가 가서야 끝이 났다.


9억 원 이상은 이제 증빙서류까지 제출해야 한다니 정부와 개개인이 밀월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계획서를 낼 때 자칫 잘못될까 봐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시간을 제일 많이 투자해서 어떻게 쓰느지 배우려고 별별 방법을 다 썼지만 결국은 다 헛수고를 했다.

정 안되면 일단 써가서 담당자에게 문의를 해보고 일러주는 대로 다시 써내면 고생하지 않고 빨랐을 것이다. 담당자는 명쾌하고도 매우 친절하게 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또 부동산 정책이 바뀌게 되었다는 뉴스가 떴다. 집을 구매하는 사람은 모두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지나온 과정을 보면 부동산은 주기로 가격 등락이 결정되었다. 너무 과대한 개입이 오히려 사람들의 심리를 불안하게 하고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 살 것 같다는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은 아닐까. 허리띠 졸라매서 집을 구매하는 일반 서민이 자금조달계획서를 쓴다면 과연 어떤 목록을 기록할지 너무나 뻔하지 않은가. 서민들이야 어떤 목록 이상의 것을 쓸 수 있는 여력도 없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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