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에게는 그 말이 맞는 것만 같다. 재벌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돈을 쌓아놓고 집을 짓고 있겠는가.
집의 매매계약을 한 후에 대출을 받으러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매매계약 후는 대출은 불가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직접 대출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그렇다고 부자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서 그렇다. 돈으로 받는 스트레스만은 피하고 살자가 내 삶의 모토다)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몰랐다. 무조건 은행만 가면 되는 줄 알았다.
집 담보가 있으니 대출은 해주겠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는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구매한 집에서 가까운 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말은 듣고 마포 지역의 몇 군데 은행을 다녔다.
마침 집을 매매한 후에 주담보 대출이 투기거래지역 등은 묶이고 축소되어서 매우 복잡하고 은행에서조차 시행 처음이라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또한 신축이나 리모델링이나 집이 끝까지 지어질지에 대한 회의가 대부분이었다. 어느 은행도 집 짓기가 잘 되리라고 결코 믿지 않았다. 따라서 준공 후에 사용승인이 나면 대출을 실행한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단독주택 담보 대출은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아파트가 아닌 한 대출 자체를 꺼렸다. 건물의 환금성의 문제는 대출과 매우 밀접했다. 설령 대출이 실행된다고 하더라도 구매한 집에 세입자가 있다면 방의 개수만큼 제하고 대출이 실행되므로 세입자가 많은 집을 사면 더욱 대출은 쉽지 않다.
나는 그동안 집을 보러 다니면서 이 부분은 용케도 알게 되어서, 구매한 집이 단독 세대여서 대출에 문제가 없을 거라는 정말 무식한 생각도 했다.
대출이 되지 않으면서 생각하니 적어도 리모델링을 염두에 두고 집을 계약하려면 집을 살 자금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출을 받아도 시공비 포함해서 이자 등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예산을 초과해서 시공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일단 구입한 집의 대출은 집이 다 지어진 후에 사용승인이 나야 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렸고, 대출은 불가능했다.
대출에 대한 부수적인 방법들
궁여지책으로 아파트로 대출을 받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전세를 주었기 때문에 4년째 잘 살고 있는 세입자에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나도 집 두고 그동안 아이들 학교 따라다니면서 전세로 살았으므로, 세입자의 입장이 되어보면 근저당 설정이란 것이 얼마나 불안할 것인지를 잘 알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때 1가구 2 주택이 되었다.
리모델링이 끝난 후에, 2주택이라서 양도세 문제가 있을지 몰라서 아파트를 매매하려고 하자 전세입자가 우리 집으로 세 들어온 이후부터 사업이 점점 너무 잘되고 있어서 아파트를 꼭 샀으면 해서 그분께 팔았다.(그동안 다닌 집들에선 이상하게 사업이 안되었는데 우리 집 온 그달부터 갑자기 여기저기서 거래처가 막 들어오면서 4년째 매일 잘된다고 하니 신기했다. 당사자끼리 계약을 해서 부동산 중개비가 안 들어서 좋았다.) 그래서 일시적 2주택에서 벗어났다. 아파트도 그때는 전세입자 생각에 대출을 받을 수가 없었다.
구입하는 집이 대출을 포함하고 있다면 승계를 받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지 않으면 매매계약서 특약조항에 '대출 협조' 조항을 넣는 것이 좋다. 계약서를 쓰기 전에 매도자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고 승계하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
내가 집을 구입한 부동산에서 새롭게 매매계약서를 쓴 다른 분은 바로 계약서에 이 '대출 협조'의 특약조항을 넣어서 잔금 전에 대출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것을 몰랐던 것은 무지의 소치였다.
주택을 매매하면서 알게 된 사항이지만 등기부등본에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다면 명확하게 부동산이 담보로 잡혀 있는 줄을 알지만, 그 밖에 부동산을 조건으로 약정된 다른 채무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너무 걱정이 된다면 계약 시에 '다른 담보는 없다'는 등의 특약 사항을 쓴다. 나는 당연히 이것도 몰랐다. 부동산 사장님이 잔금 때까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서 뒤늦게 알게 되었다.
결론은 어느 은행을 다녀도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은 은행들이 거의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하면 어느 정도 맞다. 환금성도 떨어지지만, 주택의 평가액도 지역이나 위치 등에 따라서 다 다르므로 거의 취급을 안 한다고 아예 대놓고 말했다. 물론 이건 제1 금융권의 말이다. 다른 금융권은 가보지도 않았고, 생각도 안 했다. 곧 허물 집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아서 은행이 무턱대고 마음 좋게 돈을 빌려주겠는가. 이해는 하면서도 은행들마다 다들 제때 집을 완성하는 것을 본 적도 없다고 말해서 오히려 걱정만 늘었다.
설령 건축 중에 대출이 실행되어도 대출이 나올 동안은 시공비를 주지 못하면 시공이 멈추게 되므로 대출해 준 은행도 미심쩍어하게 되고, 건축 기간이 늘어나므로 그에 부수되는 각종 비용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나는 그냥 무지한 매수자여서 허둥거리면서 걱정만 태산이었다.
마지막 대출 방법, 토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라고 하는 말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주택 담보대출이 물 건너갔으니 너무 암담해서 혹시 지방토지로는 대출이 안되는지 문의했다. 그런데 그건 더욱 은행들이 불가하다고 했다. 토지 대출을 해본 적도 없고 그럴 수가 있는지조차도 몰랐다.
몇 군데 은행이 토지 대출에 대해서조차 몰랐다. 몹시 낙담한 바로 그 상황에 마지막 찾아간 은행에서 담당자가 아닌데도 지나가면서 토지는 농협은행에 가야 하는데, 라는 팁을 주었다. 그분은 창구 직원이 아니었다. 몇 군데 은행의 직원들조차 모르는 사항이었는데 그 한마디가 우리를 살린 셈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바로 깨닫고 농협은행으로 달려갔다.
집 근처 농협은행에서 바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에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토지가 속한 농협은행으로 가야 실무상 편하다고 했다. 집 근처 농협은행에서 감정을 다 끝내고 대출 액수까지 가능하다고 통보받은 상황에서 지역 농협은행으로 다시 갔다.
토지와 먼 지역에서는 실사 및 감정 평가를 할 때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서 비용이 더 증가한다고 했다. 실사는 자주 나간다고 했다.
"우리 은행을 한 번도 이용 안 했네요"
지역 농협은행에서 처음 들은 말이었다. 당연히 농협 은행을 이용해본 적이 없다. 토지는 농협은행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으니. 대출도 가능하고 이미 서울의 농협은행에서 토지 감정까지 끝내서 그것으로 대체하면 되지만, 적어도 은행의 계좌와 자동이체 5개 정도를 연결해서 그동안 은행을 이용했다면 대출이자가 신용으로 많이 쌌을 거라고 했다.
농협 은행에 가서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까지 집 계약 후, 딱 일주일이 걸렸다. 은행마다 대출을 위해 다닌 기간이기도 했다. 어느 은행도 대출에 대해서는 솔직히 간편하게 아는 것만 알지, 대출의 세세한 나머지 부분들은 잘 몰랐다. 다행히 대출 문제는 잘 끝났지만 토지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어느 은행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후에 토지 담보 소재지 농협 은행에서 대출 승인은 한 달이 소요되었다.
자금이 필요한 날 열흘 전에 연락하면 원하는 대출이 나온다고 했다. 그래도 대출로 너무 고민이 많아서 반신반의하면서 여러 번 되물었다. 대출자의 신용등급은 방문 당일, 그 자리서 확인이 되고, 그런 후에 토지 감정 평가를 들어갔는데 미리 서울의 농협은행에서 감정을 끝낸 것으로 대체한다고 했다.
농협은행끼리는 지역이 달라도 전화 통화로 서로 간편하게 일처리를 했다. 그래도 지역 농협은행은 다시 실사 평가를 하는 모양이었다.
토지 담보 대출을 생각한다면 미리 할 일
감정 평가가 끝나고 대출은 집 잔금 치르기 일주일 전에 다 받았다. 은행 담당자는 이렇게 일찍 안 받고 3일 전에만 받아도 된다고 했지만, 며칠 간의 이자보다는 만일에 일이 갑자기 어그러지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서 받아두기로 했다.
대출비용도 인지세와 채권이 대출액의 1%였지만, 채권은 그 자리서 매도한 바람에 대출 실행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서 놀라울 정도였다.
대출은 감정가의 80%가 가능하다고 했다. 시공 시 그렇게 돈이 많이 들어갈지 모른 채 30%만 대출을 받았다. 그때 담당과장이 넉넉하게 받아두라고 했었는데 생각해보면 좀 더 받는 것이 옳았다. 시공을 하면서 내내 마음을 졸였고, 후회를 했다. 대출을 미리 받았다가 남으면 상환해도 되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의 대출은 시중은행처럼 장기로 두고 갚아도 중도금 상환료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11개월만 지나면 돈이 생긴 대로 갚아나가면 된다니 부담이 덜 되고, 대출 빚을 갚기가 훨씬 쉬워 보였다.
사실 주담보 대출은 원금과 이자를 어느 시기에 동시에 갚아나가기 시작하면 그 액수가 불어나서 상당한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너무 오래 상환을 하게 되어서 지치고 힘들 것 같았다.
은행이 근저당을 설정하면서 대출을 할 때는 다시 설정비가 들어야 해서 다른 사람의 명의로 추가 대출을 하는 것을 꺼린다. 따라서 대출 당사자만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 또한 토지 명의인의 협조가 힘들 듯하면 넉넉하게 받았다가 상환을 해도 된다.
이전과는 달리 근저당 설정비나 감정비는 은행이 부담을 다 해서 좀 놀라웠다. 토지가 내 명의지만 딸이 집 구매비용으로 내 명의 토지를 담보로 빌렸고, 나는 연대보증인이 된 셈이다.
농협은행이 거래 은행이 아니어서 이자율 등에 불리한 점이 있었다. 토지를 담보로 받을 생각을 하고 있다면 미리 농협은행을 이용해서 신용을 쌓아놓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농협은행에 가서 대출을 하면서 통장도 처음으로 만들고, 딸은 사업자 연결 통장도 만들었다. 앞으로를 위해서도 거래를 대부분 농협은행으로 변경했다.
1년 후에 신용이 쌓여서인지 이자가 내려가서 기분이 어느 정도 좋아졌다. 그리고 올해 2년째는 대출이자가 더 내렸다. 가족 신용도 합산이 된다고 하니 모두 농협은행으로 거의 통일했다.
처음부터 신용이 쌓여있었다면 이자도 처음부터 낮았을 것이다. 그동안 아무 계획 없이 엉뚱한 곳의 카드만 많이 써주고, 결국 필요도 없는 은행의 주거래 고객이 되어 주었던 것이다.
집 짓기를 계획한다면 대출받을 은행의 고객이 되는 것이 유리하다. 나는 너무 오래 쓸데없는 은행들을 이용했던 셈이다. 막상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고 한 순간에는 아무리 오래 거래를 했어도, 아무리 환대하는 고객이었어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아직도 마음이 불편하다.
집을 지으려면 가장 문제가 돈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겪어보니 예상의 1.5배는 더 확보해야 시공을 겨우, 혹은 무사히 마칠 수 있다. 설계를 꼼꼼하게 하고, 시공사를 믿더라도, 땅을 믿지 못할 일이 생기고, 사람을 완벽하게 믿을 수 없는 일이 또 생기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