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매계약서 작성 후 변경 시 유의점

- 변경 불가론을 펼쳐라

by 이지현

매매계약서가 변경된다면



가끔은 살아가면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한계가 어디일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믿음들을 지켜야 하는 게 바른 지, 혹은 지켜주어야 하는 게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집의 매매계약서까지 다 쓴 후에 계약서 변경을 하게 된 일이 그랬다.


매도자가 손 없는 날에 이사를 가야 하니 잔금 날짜를 변경하는 계약서를 다시 쓰자는 연락이 왔다. 연세가 있으신 분이라서 그 마음을 이해해서 바로 허락했다. 손 없는 날은 음력으로 9와 0이 들어가는 날이다. 따로 이삿날을 잡지 않는 한 그 날을 택해서 이사 가면 무탈하다고 대부분의 사람은 믿는다.

그동안 이사를 다니면서 그냥 편한 날로 잘 다녔다. 그 날이 손 없는 날이 되면 다른 날보다는 기분이 괜찮았다. 그러나 손 없는 날에 이사를 하려면 이미 예약이 만료되었거나 웃돈을 더 주어야 한다. 보통은 날짜를 맞출 수가 없어서 그냥 편한 대로 다녔다. 그래도 별 일은 일어난 기억이 없으니 순전히 기분인 셈이다.

손 없는 날이 아니면 매도자가 집을 팔지 않겠다고까지 한다고 그분의 딸이 대신 말을 전했다. 매도자가 계약을 파기한다면 부동산 매매에서는 계약금에서 위약금을 두 배로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매도자는 그런 건 무시하고 가족들에게 생떼를 쓴 편이다. 위약금만도 억 가까운 비용이었는데도.




매매계약서 변경으로 생긴 일



그때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좋은 게 좋지 하고 생각했던 듯하다. 계약서를 변경하려면 날짜가 뒤로 며칠간 미뤄져야 했다. 부동산 사장님은 몇 번씩이나 정말 그렇게 바꿔주어도 괜찮은 거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거 아닌데 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

계약서를 변경하면서 다시 모여서 도장 찍고 하느라고, 바쁜데 그런 사무적인 일이 좀 성가셨지만, 결국 계약서는 날짜를 변경하면서 다시 썼다.


그때는 설계사무소를 선택해서 일이 진행되는 중이었는데 잔금 날이 변경되었다고 말하니 어이없는 듯 말도 못 하고 웃기만 했다.


그러나 매매계약서 변경 문제는 잔금을 치르는 과정에서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모두들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던 것에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설계사무소를 정해 여러 가지 일들이 시작되고 있었고, 일정들도 잡혀 있었는데 내가 쉽게 허락한 바람에 다 어긋나 버렸던 것이다. 부동산 사장님은 계약서가 자칫 잘못되면 나중에 자기가 다 뒤집어써야 한다면서 그랬지만 이중매매의 문제도 마음에 걸려서 그랬던 듯했다.

또한 대출 문제도 이미 날짜를 정해 받기로 해서 날짜가 미뤄진 만큼 엄청난 액수의 이자가 그냥 나가게 된 점도 전혀 계산하지 못했다. 대출이 수억이 되는 상황에서 숫자 계산이 안 되는 나는 생각조차 못하고 순순히 그러라고 한 셈이다.


매매계약서를 쓴 이후 이사 나가는 날짜도 이미 정해졌었는데, 잔금 날짜가 미뤄짐으로써 내 이사는 변경하지 못하는 바람에 모두가 큰 낭패를 보게 되었다. 고시 2차 시험을 앞두고 있던 아들마저 오갈 데가 사라져서 친구들 집으로 이리저리 다니게 되어서 공부에 엄청난 지장을 초래해서 아차 했지만 그때는 이미 상황은 끝난 셈이었다.


또 나도 이사를 먼저 나가게 되어서 주민등록을 잠시 이전할 곳이 사라져 버렸다. 그 부분을 매도자에게 부탁했더니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했는데, 생각해보면 꼼꼼하고 치밀한 매매계약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나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내가 아무리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돕고 싶었어도 약속들은 단선적인 것이 아니라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서 도저히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을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 물론 금전적인 손해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매매계약서 변경은 신중하게



재난을 초래하는 사건이 아닌 한은 단지 손 없는 날 가고 싶다고 한 애교 있는 부탁 정도는 매매계약이 끝난 상황에서는 그냥 넘어갔어야 했다. 그렇다고 매도자가 어떤 편의도 봐준 것은 아니었다.

설계 문제, 이사 문제, 구조안전진단 문제, 대출 문제, 측량 문제, 시공사 선정 문제, 부동산 사장님의 좌불안석 등 걸린 일들이 한둘이 아니었는데 손 없는 날에 이사 가고 싶다는 소박한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쉽게 변경한 점은 결국 내가 마음이 좋은 게 아니라 무지했던 소치였다.


계약서 변경 상황을 겪고 보니, 매도자도 심사숙고해서 이사 날과 잔금 날짜를 잘 맞춰야 하겠지만, 매수자도 마찬가지로 혼자만의 일이 결코 아니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어야 했다.


계약서를 다시 쓴 후에 하나씩 힘든 일이 닥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매도자가 잘 이사를 가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으니 너무 소박한 생각만으로 사는 것이 아닌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리고 아마 내가 살아온 깐으로는 그런 일이 닥치면 또 그러고 있을 거니까 그게 더 어쩌면 한심스럽기도 하다.

주변 사람들은 늘, 내가 숫자 계산을 못하고 그런 일들에 단호하게 못한다고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때 그 순간이 힘들고 고단하지, 살아가는 일은 결국 그 자리가 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매매계약서 변경은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쯤은 배운 셈이다. 그것은 나 혼자만의 마음이 움직여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세상이 이미 거미줄처럼 얽혀서 그 실타래를 풀어가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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