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

by 이지현

뜰이 있는 집이 있다면

등 구부러진 소나무를 심겠다.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선생님 댁

대문을 들어서면 딱 한그루 서있던

그 청청한 소나무


나무 한 그루만 보아도

주인을 환히 아는 소나무를 심겠다.

옛날 그림 속 학 한 마리도 앉히고

세월을 잊고 끄덕끄덕 조는 늙은이도

슬며시 넣어두겠다.


세한도 그 쓸쓸하게 굳센 소나무들

흰 겨울 속 세상 서럽고 적막해

내 차지인 이 생의 유배도 깊고 아득하다.


푸르고 청청한 소나무 아니라도

바람과 차가운 눈비를 신 지고 선

등 굽은 소나무 하나 작은 뜰에

고요히 뿌리내리는 모습을 본다면

이 생의 눈물도 한순간 삼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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