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부른다면

by 이지현

누군가 부른다면

긴 골목길에서 불러 주었으면 한다.

노란 민들레나 개비름풀이 돌담 아래 무심하고

지나던 얼룩 고양이 한 마리 흘깃 보고 가버리는

텅 빈 골목길에서 불렀으면 한다.


누군가 뒤따르다 이름을 부르

아, 전혀 뜻밖인 표정으로 뒤돌아 보는

구불거리는 골목길에서 만난다면

그곳에서 온전히 우리의 추억은

여름날의 해바라기처럼 화안하고

붉은 칸나처럼 타오를 것이다.


누군가 른다면

더 좁은 골목길에서 불러 주었으면 한다.

어느 집 화단에선 씨들이 여물고

스쳐지나만 가도 펄럭 옷깃이 닿아

한 생애 포개진 그리움만 떨어져 쌓여

이름 부르지 않아도 절로 돌아보게 되는

긴 강물 같은 골목길에서 불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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