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되고 보니 ‘모공(毛孔)’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자로 써서 못 알아볼 줄 알았다면 나를 너무 무시했군… 후후.
예전에 모공도 구멍이라는 것을 몰랐던 건 한자로 써서 못 알아봐서가 아니라 어렸기 때문이다. 젊을 때도 분명히 존재했으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던 모공이 중년이 되자 자신들의 존재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한다.
귓구멍은 갈수록 막히는지 잘 안 들리는데
모공은 갈수록 커지며 두각을 나타내니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는 인생의 진리를 얼굴에 있는 구멍 몇 개로부터 배운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것을 잃고, 하등 쓸모없는 것을 얻는다고 해도 그것 또한 인생이라는 것도 배운다.
안 읽으셔도 그만인 100% 사족 :
남편에게 이 글을 보여줬더니 이 문장이 맘에 안 든다, 저 문장이 맘에 안 든다 하며 훈장질이다.
의자를 뺏어 앉으며 5분만 주면 더 멋지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5분이 지나고 추가 5분이 더 지난 뒤 나를 부르더니 뿌듯한 표정으로 쓴 글을 나에게 내밀었다.
나의 얼굴에서, 어느 날 이전에는 눈에 띄지 않던 구멍이 보이기 시작했다. '콧구멍이 왜 여러 개가 됐지?' 물음표는 다른 물음표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게 모공인가?' 물음표는 한순간에 느낌표로 바뀌었다. '앗! 모공이닷' 한자로 교묘히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있어 그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던 모공은 중년이 되자 자신들의 존재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재미 드~~럽게도 없게 글 썼네~남편님아. 브런치에서 나 만나면 아는 척 마소. 각자 갈 길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