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세 가지
어버이날이 지나고, 아이들의 중간고사가 있었고, 그보다 앞서 ‘폭싹 속았수다’가 있어서였을까.
요즘 만나는 사람들마다 자녀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한다.
어버이날 챙김을 받지 않아도 타격감 1도 없다는 아들 둔 엄마, 수십만 원짜리 수학 과외를 시켰건만 성적에 충격받아 잔소리를 했더니 일기장에 엄마 욕은 아주 논리적으로 써놓았더라는 중학생 딸 둔 엄마,
비싼 연예인 굿즈며 운동선수 옷을 사주면
좋아하는 대상이 금세 바뀌어버린다는 초등학생 아들을 둔 아빠,
아들에게 좋지 않은 행동을 하지 말라 지적하면,
눈에 힘을 주며 “아빠도 하지 마”라고 대든다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아빠까지.
자식이 말 잘 듣고 복덩이라는 얘기는 없다.
그저 푸념 반, 서운함 반.
그러나 그 속에 깔린 마음은 결국 부모의 사랑이 자식의 사랑보다 더 크기에 생긴 감정일 것이다.
"엄마의 겨울에 나는 녹음이 되었다.
그들의 푸름을 다 먹고 내가 나무가 되었다.”
<폭싹 속았수다 중>
앞서 대화를 나눈 그들 모두, 자신의 푸름을 자식에게 내어주고 있는 중이다.
이왕이면 그 푸름을 먹고, 튼튼하고 무성한 나무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
우리 엄마도 내게 그랬다.
깊고, 짙은 푸름을 다 내주었기 때문일까.
엄마의 푸름은 일찍 시들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푸름을 다 받아먹었고도,
튼튼하지도 무성하지도 않다.
아직도 앞날이 불투명한 나무다.
대화를 나눈 부모들 중 아빠인 사람 한 명이 말했다.
"‘폭싹 속았수다’를 보며 울어서 눈이 빠지는 줄 알았어요.
그동안 부모님과 다정하게 문자를 주고받지는 않았는데,
드라마를 보고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많이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나도 엄마가 다시 내게 온다면,
엄마의 푸름이 오래가도록 세 가지를 꼭 할 것이다.
1. 건강검진은 무조건 챙기기
2. 사랑한다고 매일매일 말하기
3. 엄마의 푸념은 다 들어주고 무조건 맞장구 쳐주기
싸워도 결국은,
“엄마 사실은 사랑해. 고마워하는지 알지?
마음을 안아주지 못해 미안해.”
그 말부터 건네고 싶다.
글귀에 젖어 추가발행해 봅니다.
글판을 배경으로 부모님과 사진 찍어보고 싶은 날이었네요.
#엄마의푸름 #폭싹속았수다 #엄마생각나는날 #어버이날 #취향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