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상]비가 그치고...

어제 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믿으며

by 정린

일요일 전시장을 다녀왔다.

주말치고는 이른 아침이었지만,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다. 전시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틀이 모자란 2년 전,

아마도

사회생활 중 가장 낮은 시기를 지나던 무렵이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그림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가장 가까운 곳은 다름 아닌 캘리그래피 공방이었다.

무엇이 내게 그런 해법을 준 것일까.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 시절엔 기록하지 않았으니까.


어린 시절의 놀이,

이루지 못한 꿈같은 것들이

휴화산 속 마그마처럼 서서히 피어올라

조용히 흘러나온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저 또 다른 일상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된 시간이 2년이 흘러,

올해 6월에만 전시회를 세 번 했다.


처음은 함께 배우는 이들, 선생님들과 참여하는 전시를 인사동에서 했다.

두 번은 입선 이상을 받아야만 전시장에 걸릴 수 있는 공모전 전시.

오늘 다녀온 곳은, 생애 처음 도전한 공모전에서

특선과 입선을 받은 작품이 걸린 전시였다.


훌륭한 작품들 사이에 내 작품이 걸려 있는 걸 보니

마음이 묘했다.

'꼴찌로 붙은 것 아니야?'

멋진 작품들 속에 간신히 턱걸이한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열정을 담은 시간은 기회를 준다는 믿음과 작품을 하나하나 완성하기까지 만든 사람들의 고뇌, 노력 그리고 손길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것이 오늘 내가 얻은 것이었다.


오늘도 연습한다.

연습은 괴롭기도 하지만,

그 뒤엔 분명 오늘보다 나은 내가 있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내일도 이 힘으로,

사는 연습을 계속해야지.




#전시회기록 #처음도전 #연습의힘 #캘리그래피작품 #취향일기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21화[시간]다리 안마를 하면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며~